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엇갈린 온도차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엇갈린 온도차
  • 이훈 기자
  • 승인 2024.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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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완전히 새로운 것 없어” VS 경영계 “수사 건수 많아져”
적용대상 향후 법원 판례 축적으로 형성…정부, ‘산업안전 대진단’ 안내
사진=민주노총

지난달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처벌하는 내용이다. 지난 2022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우선 시행됐다.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된 것이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두고 준비 미흡을 이유로 추가유예를 요청했다. 이에 여당과 정부는 2년 동안 법 적용을 다시 유예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과거 중대재해가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면 사업주와 행위자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처벌했다”면서도 “실제 처벌은 무겁지 않았고 대규모 기업의 경우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처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진단했다.

실례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의 경우 벌금형 3,000만원에 불과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다소 거친 방법으로 법에 나 있던 커다란 구멍을 메우고자 하는입법자의 결단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대상도 결국 향후 법원 판례의 축적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박다혜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등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말하거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과 무관한 고도의 어떤 조치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근우 가천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사업주는 거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자동적인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며 “수사 건수는 지금까지 발생한 수사를 훨씬 더 상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승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산업안전보건본부 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법임에도 불구하고 깊이있는 논의와 검토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법률”이라며 “법시행 1년 시점에서 보면 산재예방측면에서 법제정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 안전관리 및 법 집행의 혼란을 줄이고 산재예방 효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안 개정을 적극 검토 및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기공사업체 B사 대표도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으로 공사 금액에 제한이 없어지므로 사실상 모든 건설공사에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짧은 기간을 전제로 공사를 진행하는 소규모 공사장에서 대기업도 지키기 쉽지 않은 모든 의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안전 대진단’을 안내하고 있다. 산업안전 대진단이란 중·소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체계 구축 상황과 이행 여부를 자가 진단하고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사업과 연계해 안전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또한 기업들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상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해선 위험성 평가 결과 위험 수준이 높은 기업에 제조공정 개선에 필요한 기계·설비 도입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 특히 산재보험 기업 사업장 중 50인 미만 사업장을 우선으로 안전보건시설 개선을 위한 융자금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승렬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관련법 확대 시행으로 산업계 전반에 리스크가 야기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도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 83만 7,000개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사업주단체가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해 소속 회원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도 적극 활용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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