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별 전력수요, 아웃룩 체제 전환 필요
시나리오별 전력수요, 아웃룩 체제 전환 필요
  • 이훈 기자
  • 승인 2024.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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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연구회, 정책세미나 개최
장기적으로 탄소중립 고려해야…용량시장 제도 검토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전망·전력설비 시설 계획·전력수요관리 등이 포함된 우리나라 종합적인 전력정책으로 2년 단위로 수립·시행된다. 하지만 수요관리를 강조하다전력부족과 순환정전도 겪었으며 후쿠시마 사고나 미세먼지가 나타날 때마다 전원 선택의 기준이 수시로 변화했다. 특히 정치가 수급계획을 압도했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전력회사를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트렸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이에 전력산업연구회는 지난해 11월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손양훈 인천대 교수의 ‘에너지 위기로 가고 있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손 교수는 “국가의 에너지 수급계획이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상에 치우쳐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고, 에너지 안보를 오히려 위협하는 상태”라며 “선진국 어디도 이런 강제성을 띤 상세한 수급계획을 만들지 않으며 오직 공산주의 국가만 이런 계획을 만들고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은 탈원전과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적자와 부채로 전대미문의 재무적 위기에 처해 있다”며 “현재의 위기도 심각하지만 쉽게 나아질 수 없는 상황으로 전력시장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자여력이 이제는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원믹스의 경직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LNG발전과 같은 유연성 자원의 비중이 유지돼야 한다”며 “계획이 아니라 ‘아웃룩’(Outlook)을 발표하고 그 내용과 관련 자료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다수의 기관이 각자 다른 입장에서 ‘아웃룩’을 만들고 에너지시장에서의 각 주체는 이를 기초로 스스로 판단해 투자하고 공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어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현황,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현재 수립 중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계통 여건 및 사회적 수용성 등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하기보다는 원전 등 특정 전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어, 과거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지녔던 문제점을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은 향후 우리나라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경직성 전원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지만 전력수요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이 부해 정전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 또한 송전선로 건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024년경에는 동해권역 발전기 6GW가 정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원전을 통해 용인 반도체 전력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특히 고준위폐기물을 처리할 영구 저장시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멈춰 있는 상황으로, 신규 원전 건설에 우선순위를 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전력공급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교수는 “설비계획 중심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시나리오별 전력수요 아웃룩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기존의 하향식 계획수립에서 벗어나 다른 에너지 관련 계획들과의 통합적 수립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의 발표가 끝난 후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전문가들의 토론이 펼쳐졌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교수는 “전력수급계획의 지나친 정치화는 지난 정부 8차수급계획의 ‘탈원전’, 9차수급계획의 ‘탈석탄’으로 본격화됐다”며 “정치화된 수급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보다 지나치게 이상을 설정한 결과 비용이 극대화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1차 수급계획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비용 최소화를 우선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고려하고 균형있는 전력수급계획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행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정책 불확실성을 오히려 더욱 키워 수급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며 “용량시장(capacity market)제도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용량시장, 특히 선도용량시장 제도는 현행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비효율성뿐만 아니라 구속력도 없고 다른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은 감퇴시켜 전략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건설의향제도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황태규 GS EPS 상무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개선을 위해 시나리오 방식의 수급 계획이 필요하다”며 “각 시나리오가 갖는 경제적, 환경적, 계통적 문제와 예상 비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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