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스마트미터 보급정책 및 활용 현황 분석
EU의 스마트미터 보급정책 및 활용 현황 분석
  • 김영욱
  • 승인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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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미터 보급정책

가. 보급목적 변화

EU의 스마트미터 보급 초기 목적은 ‘소비자 에너지효율 향상 수단을 확보 (2006)’하는 차원에 머물렀으나, 이후 전력산업 정책 변화에 맞춰 ‘소비자의 시장참여를 지원하는 지능형전력망의 기초인프라(2009)’, ‘탄소중립 실현에 필수적인 소비 부문의 디지털화 기술인프라(2019)’ 등으로 변화했다. 특히 2019년 지침(Directive (EU) 2019/944)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스마트미터를 수요측 유연성 공급의 확대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을 강화했다.

 

EU는 2021년과 2022년에 에너지 위기를 경험한 이후 화석연료 의존도를 축소하고 소비자의 위기 대응력을 제고하기 위해서 회원국에 소비자 참여형 수요자원의 활용이 확대되는 것과 연계해 스마트미터 보급의 가속화를 촉구했으며, 이를 2023년 전력시장 제도 개편(안)에 반영했다. 개편안은 히트펌프, 전기차 등 EU 내 우수한 수요 자원을 소유한 소비자의 능동적 시장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회원국에 스마트미터의 빠른 보급을 권고하고, 일반소비자에게 보조계량기 등 복수의 미터기 설치와 요금계약을 허용하며, 전력망 운영자인 TSO와 DSO에게 미터기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나. 보급정책 변화

EU는 보급 초기 스마트미터를 일반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신속한 행동 변화를 지원하는 정보전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전력산업 자유화 시기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확대해 판매부문의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고 망 분산화에 대응한 지능형전력망 구축에 활용했다.

2019년 ‘청정에너지’ 입법 패키지(Clean energy for all Europeans package) 발의 이후 전환 부문의 탈탄소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며, 친환경 전원의 보급 가속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망 유연성을 증대하는 방안으로써 수요부문의 역할 확대가 강조됐고, 스마트미터는 수요부문의 디지털화와 소비자 참여형 서비스 확대의 중추 인프라로 변모했다. 회원국에 수요관리형 요금제, 소규모 DR 시장 등 스마트미터를 활용한 소비자의 능동적 전력시장 참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특히 중개사업자 모델을 활성화해 소비자의 시장참여 편의 향상을 도모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에게 자유로운 미터링 데이터 공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고효율, 친환경의 소비환경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활성화했다.

2019년 EU 지침(Directive (EU) 2019/944)부터 탄소중립의 적기 이행을 위한 수요부문의 역할 강화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초 인프라로서 스마트미터의 활용이 강조됐으며, 스마트미터 보급의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활용 범위의 확대와 신속하고 공정한 미터기 보급을 중심으로 보완정책을 제시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청정에너지의 확대, 고부가가치 서비스의 창출 등 스마트미터 보급의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를 유도하기 위해 디지털화의 가속화와 소비자 참여형 시장제도의 확대 등 전력산업의 기술적, 제도적 여건 성숙을 고려해 소비자의 능동적 소비 관리 능력과 미터 데이터의 산업적 활용을 촉진하는 활용정책을 권고했다. 또한 EU 회원국에 소비자 권익 중심의 스마트미터 보급을 강조하며, 소비자 권리 보호, 공정한 비용 부담, 미터링 데이터 보안 등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 보급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신규 지원 정책을 권고했다.

2. 스마트미터 보급 기준 및 현황

가. EU의 보급결정 기준

EU는 회원국에 경제성 유무를 기준으로 보급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2009년에 표준화된 경제성 분석 방안(Directive 2009/72/EC)과 2012년에 세부 가이드라인(Commission recommendation 2012/148/EU)을 제공했으며, 개별 회원국은 2012년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최소 80%의 최종소비자에게 스마트 미터의 보급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경제성 유무를 평가하고 있다. 경제성 평가에 반영할 비용과 편익 항목은 EU 집행위에서 권고하고 개별 회원국은 자국 여건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항목을 선택하고 있으며, 경제성 부족 회원국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산업의 환경 변화, 스마트미터 기능 확대 등 편익 향상을 고려해 지속적인 재평가를 권고하고 있다.

나. EU 회원국의 보급 현황

유럽 29개국의 2021년 12월 기준 일반가정 부문의 스마트미터 총보급률은 54%이며, 現 보급 추세(연 6.3% 증가)가 지속된다면 2025년 이후 가정 부문의 보급률은 8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EU 집행위는 가정 및 중소상공인 대상으로 2024년까지 총 2억 2,300만개의 스마트미터를 보급해 보급률 77%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미터 보급률은 경제성이 확인되고 빠른 보급 의지를 국가 정책에 반영한 회원국에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이익이 확인된 17개 회원국의 보급률은 약 67%로 14개 회원국은 80% 보급 달성 시점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며 8개국은 2020년 이내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에 손해, 판단 유보로 판명된 8개국의 평균 보급률은 약 17%로 7개국은 보급 시점이 부재하거나 2024년 이후로 느슨하게 보급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80% 이상의 높은 보급률을 달성한 14개 회원국 중 11개국은 EU 지침을 국내법으로 법제화해 보급정책의 구속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북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대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적어 국민수용성이 높고 비용의 회수도 보장하고 있어 DSO 중심으로 빠른 보급이 이뤄졌다.

3. 스마트미터 활용 현황

가. 수요관리 확대

EU는 스마트미터를 활용한 소비자 참여형 수요관리의 활성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효율적인 전력 소비 외에도 능동적 전력시장 참여를 장려해 수요부문의 풍부한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수용력을 제고할 계획에 있다.

EU는 요금을 활용한 가격신호 전달을 가장 효과적인 수요관리 수단으로 판단하고 회원국에 스미트미터를 통한 수요관리형 요금제 제공을 정책적으로 권고해왔으며, 2021년 기준으로 21개 회원국에서 도입했다. 아울러 2017년 대비 14개 회원국에서 요금제가 신설 또는 확대됐으며, 해당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EU 평균 대비 소매요금의 인상 또는 변동성 전원의 발전 비중의 증가 속도가 빨라 수요부문의 참여 유인이 크다는 특징을 지닌다.

EU는 또한 일반가정, 소상공인 등 소규모 소비자의 수요반응을 통해 제고 될 수 있는 유연성 잠재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스마트미터를 활용한 소규모 소비자의 시장참여 확대를 권고하고 중개사업자를 활용한 고객 친화적 서비스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 다.

2021년 기준 22개 회원국은 소규모 소비자의 시장 참여를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18개국은 독립된 중개사업자의 시장참여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EU 집행위는 가정용 고객의 DR 시장참여를 아직 낮은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어서, 회원국에 중개사업자의 역할 확대와 혁신적 서비스의 제공, 그리고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산업 여건 조성과 제도적 성숙을 요구하고 있다.

나. 데이터 활용 확대

EU는 회원국에 스마트미터에서 생성되는 미터링 데이터에 대한 충분한 접근권 보장을 권고했으며, 공유표준 마련과 공유인프라 구축을 통해 미터링 데이터를 활용한 전력서비스 고도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스마트미터 데이터 접근을 보장하기 위해 EU는 2019년 시장제도 개편 지침(Directive (EU) 2019/944)에서 개별 회원국에 시장참여자의 미터링 데이터에 대한 투명하고 비차별적인 접근 절차를 마련하고, 허용 데이터에는 단순 소비정보 외 고객의 판매사업자 변경, 수요반응 등 전력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정보도 포함되도록 권고했다. 이어서 2019년 지침의 후속 조치로 건전한 시장경쟁 유도를 위해 미터링 정보의 상호운용성 확보와 비차별적 접근, 공유, 활용에 대한 표준을 담고 있는 시장규정(Regulation (EU) 2023/1162)을 발효했다.

또한 친환경 전원 확대에 적합한 스마트하고 유연한 전력시스템과 서비스 환경 구현을 위해 최신 통신, IT기술을 적용해 스마트미터를 포함한 에너지데이터의 범 EU적 공유환경의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공유에 대한 회원국 간 합의된 프레임워크를 조속히 마련하고, 2024년 이전에 에너지산업의 전 밸류체인의 이해관계자가 차별없이 투명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데이터 공유 공간(European energy data space)의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다.

EU는 미터링 데이터를 전력망, 전기차, 빌딩 등 다양한 에너지 도메인 데이터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필요한 망 유연성 확보와 함께 망 운영효율 향상, 지역 에너지 커뮤니티 활성화 등에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에너지시스템의 전기화로 일반가정과 소규모 사업자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보급이 늘고 있는 전기차, 히트펌프, 소규모 태양광 등을 미터링 정보와 연계해 소비 부문의 유연성 제공 능력을 제고하는데 활용하고, 전력망 운영자는 기존 망 데이터에 미터링 정보를 결합해 생산과 소비의 분산화에 대응한 상세한 망 운영환경의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스마트미터를 통한 지역 재생에너지 공유 사업의 참여 확대, 개인 간 직접거래 활성화 등 지역 커뮤니티의 재생에너지 소비량을 증대해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에너지 위기 대응력도 향상시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4. 결론 및 시사점

EU 사례를 통해 스마트미터 보급 활성화에는 경제성 확보와 함께 법제화, 제도 정비, 지원활동 등 정부 차원의 강한 보급 의지와 지원이 관건임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도 스마트미터 보급의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선 수요관리, 망 운영 측면의 다양한 활용방안을 개발하고 동시에 데이터 양식, 통신방식, 보안 등 보급 규격 및 기준의 법 제화 또는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 실질적인 스마트미터의 편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이 원가를 충실히 반영하는 요금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판단된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스마트미터는 ICT 기반의 통합제어와 효과적 소비조절 유도를 통해 수요부문의 망 유연성 공급 능력을 증대할 수 있는 미래 전력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한전은 가격신호로 소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스마트미터를 활용한 다양한 수요반응형 요금제를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ICT와 결합해 스마트미터를 활용하는 Auto DR 등 유연성 자원의 활용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내 도매시장의 제도개선과 관련 인프라의 정비가 요구된다.

끝으로 EU는 스마트미터 데이터의 공유인프라 구축을 통해 데이터 활용을 확대함으로써 망 운영효율 향상, 에너지커뮤니티 등 전력서비스의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는 전력데이터의 공유 요구 확대에 따라 데이터 관리 주체, 사용 허가 등의 이슈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한전은 보유 데이터의 공유 또는 활용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편익과 회사 전략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명확한 방향성 정립이 필요하다. 특히 공유 데이터를 활용한 망 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성 향상 서비스(AI를 활용한 계통운영), 다른 에너지와의 융합 서비스(열, 가스 통합 원격 검침, V2G 서비스), 다른 공공서비스와의 연계 서비스 등 에너지 전 부문의 소비 고도화를 달성하기 위한 서비스 역량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욱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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