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면 도움되는 와인센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긴다
[누구나 알면 도움되는 와인센스] 눈으로 보고 입으로 즐긴다
  • 변원규
  • 승인 2023.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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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미술은 서로 다른 듯 하나, 최고의 경지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수천년 전부터 허락된 자연환경(떼루아)에서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한 열정은 인류의 역사이래 최고의 작품을 향한 예술가의 열정과 닮아 있다. 오직 만드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것도 아니다. 와인과 미술은 모두 맛을 음미하거나 눈으로 감상하는 행위를 통해 와인메이커나 작가가 의도한 바를 공감하게 되며 모든 과정은 완성에 이르게 된다.

보고 감상하는 것 중 와인 라벨을 빼놓을 수 없다. 와인 라벨에 와인의 정보가 담겨있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을 담아 그 와인의 캐릭터를 대신 설명해 주기도 한다. 무똥 로칠드의 라벨에 화가의 작품을 사용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라벨에 화가의 작품을 사용하는 다른 와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여기 수많은 라벨 중 명화나 거장의 작품을 라에 담은 와인을 소개한다.

‘클림트 키스 뀌베 브뤼 (KLIMT KISS CUVEE BRUT)’ 와인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공식 스파클링 와인이다. 라벨에는 그의 대표작 ‘더 키스(The Kiss)’가 들어갔다. 이 작품은 클림트의 실제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그림으로 유일한 인생의 뮤즈였던 ‘에밀리에 플뢰게’를 꼭 안고 볼에 입맞춤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는 병 외관에서부터 이 작품을 병에 녹인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라벨에 작품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와인 병목을 감싸고 있는 캡슐까지 클림트 특유의 문양과 그가 좋아했던 황금색을 넣어 이 와인의 개성을 두드러지게 했다.

이 와인을 만든 와인 양조회사는 슐럼베르거(Schlumberger)라는 곳으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 양조회사이다. 이 회사의 창업주 로버트 슐럼베르거{Robert Schlumberger(1814~1879)}는 1814년에 독일의 슈트트가르트(Stuttgart) 출신으로 오늘날 샴페인의 수도라고 불리우는 프랑스 상파뉴 랭스 지역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에 취직해 후에 그 회사의 최고 양조자, 생산 책임자를 맡게 된다. 때문에 상파뉴 지역에서 정착할 듯했지만 비엔나 출신의 여인을 만나(운명적인) 결혼 후 독일로 신혼집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장인어른이 딸을 독일로 보낼 수 없다고 해 그는 아내와 함께 오스트리아에 정착하게 된다. 28세인 1842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에는 와이너리를 빌려서 오스트리아 최초로 전통 방식 (Methode Traditionelle), 즉 샴페인 방식처럼 2차 병 속 발효를 하는 방법으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1862년 런던국제 무역 박람회에서 영국 여왕에게 그가 만든 샴페인이 제공돼 유명세를 타게 된다. 이를 계기로 그의 스파클링 와인은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1862~1918) 황실의 공식 와인이 된다. 또한 황실 공식 와인이 되면서 오스트리아의 상징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서거를 기념한 공식 스파클링 와인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참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독일어도 공용어 중의 하나로 독일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젝트(Sekt)라고 한다. 때문에 이 와인의 정식 명칭은 ‘뀌베 클림트 ‘더 키스’ 젝트 브뤼’(Cuvee Klimt ‘Der Kuss’ Sekt Brut) 이지만, 한국에서는 클림트 키스 뀌베브뤼로 판매되고 있다. 가격은 3만원대이다. 세계적 명화 중 하나인 클림트의 작품 ‘연인’이 라벨에 사용된 와인이라는 점 덕분에 큰 호응을 얻어 2018년 출시이후 매년 두배 가까운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금년 소용량(200ml) 와인 출시도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출시했다.

뀌베 르누아르는 빛나는 색체 표현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콜라보가 황금 빛 샴페인이라는점과 르누아르 서거 100주기를 맞는 해에 출시했다. 뀌베 르누아르는 르누아르재단에서 공식 인증한 샴페인으로 그의 생가이자 결혼생활을 했던 상파뉴(Champagne)지역 에소이(Essoyes)마을에서 생산됐다. 뀌베 르누아르의 병목과 라벨에는 르누아르의 대표작 ‘도시의무도회(danse à la ville, 1883作)’가 있으며 샴페인 중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카시아, 백합과 같은 흰꽃 류의 향을 은은하게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샴페인 특유의 버블감이 인상적이고여운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라즈베리, 산딸기등에서 느낄 수 있는 상큼함 때문에 한 모금 마시면 산뜻함은 물론 버블감이 주는 생동감도 느낄 수 있다. 식전주와 가벼운 음식과 곁들여 먹기에좋다.

뀌베 르누아르는 라벨로 르누아르의 작품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샴페인이다. 마셔보면 라벨에 그려진 작품 ‘도시에서의 무도회’의 아름다움, 우아함, 섬세함, 부드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프랑스의 특1등급 와인으로 1945년 이래 오늘날까지 매년 동시대 최고의 아티스트에게 라벨 작업을 의뢰해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과 수집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왔다.필립 남작의 와인 중 최고로 꼽히는 샤또 무똥 로칠드는 라벨 또한 당연히 아름다워야 했다고 생각했다. 샤또 무똥 로칠드의 라벨 컬렉션을 보면 달리, 세자르, 샤갈, 칸딘스키, 피카소, 앤디 워홀 등 현대 회화의 거장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 컬렉션은 현대 회화 걸작선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신념은 로칠드 가문의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화가와 무똥 소유자와의 관계는 우정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상호간의 독자성을 서로 인정하고 있다. 즉 모든 화가는 와인,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또는 가문의 문장인 무똥을 주제로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자유로이 작업을 하며, 무똥의 소유주는 작품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거부할수도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의 2013년 빈티지 라벨 작품으로 이우환 화백이 선정됐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샤또 무똥 로칠드의 빈티지 라벨에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우환 화백은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베르사유 궁전 등에서의 전시로 컬렉터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는 인물이다. 2000년 상하이 비에날레에서 유네스코 상, 2001년 일본 프레미움 임페리얼 등 권위있는 상을 수상하였으며 작품 한 점당 수억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가치를 자랑한다.

이우환 화백은 자연적이고 심플한 소재를 추구하며, 강렬함, 조화, 절제를 예술적으로 표현해 내보는 사람들을 명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우환 화백이 담아 낸 이번 샤또 무똥 로칠드 2013 라벨 속 작품은 자주색이 점점 풍부하게 색감을 이루어가는 모습을 표현해 마치 훌륭한 와인이 오크통 안에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케니샤프 웨일본베이 쇼비뇽블랑’ 라벨은 세계적인 팝아트 거장 ‘케니샤프’의 작품을 담았다. 웨일본베이(Whalebone Bay)는 세인트 클레어의 말보로 와인 라인으로, 말보로의 포트 언더우드(Port Underwood) 연안 '웨일본베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이 지역의 이름은 해안 지역에 고대 고래 뼈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20세기 중반까지 이 곳에서 고래잡이가 한창이었다. 그렇기에 깊고 청량한 해안의 영향을 받아 서늘한 기후와 함께 토양에 남아있는 미네랄리티가 인상적이기에 브랜드 이름으로 명명했다.

금번 콜라보 작업한 웨일본 베이 소비뇽블랑은 뉴질랜드 말보로 와인의 선구자 ‘세인트 클레어’와 콜라보를 진행한 한정판 화이트와인이다. 알코올 도수는 9.5%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와인이다. 상큼함이 느껴지는 맑은 레몬 컬러. 상큼한 과실의 풍미가 코를 자극하고 입 안에서 또한 열대과실 풍미와 함께 기분 좋은 산도가 어우러져 밸런스가 좋다. 프레쉬한 과실 풍미 덕분에식전주나 디저트로 안성맞춤이다. ‘케니샤프’는 키스 해링, 장미셀 바스키아와 함께, 앤디워홀 다음 세대의 팝아트 전성기를 이끌 미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화가 겸 설치 예술가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의 작품은 회화, 조각, 패션, 비디오, 퍼포먼스 아트 및 거리 예술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Flintstones, Jetsons 등 그의 대표작들은 미국 팝 문화 아이콘이나 묵시록적인과학 소설 설정을 중류 계급 미국인의 관점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르 쁘띠 피크니크 와인은 컵 와인(187ml)이다. 캠핑, 피크닉 같은 야외활동에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만들어진걸 한눈에 알 수 있다. 편하게 접근할 법도 하지만 와인의 라벨이 인상적이다. 바로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의 작품 '풀밭 위의 점심식사( Le Déjeuner sur l'herbe)'가 라벨에 그대로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명화를 라벨로 사용한 와인들은 시중에 많지만, 르 쁘띠 피크니크처럼 컵 모양의 와인에 명화 라벨이 담긴 신선한 시도가 먼저 눈에 띈다.

르 쁘띠뜨 피크니크 레드 블렌드 라벨로 사용된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으로 전원을 배경으로 잘 차려 입은 두 명의 남성과 함께 있는 누드인 한 여인과옷을 거의 벗은 또 다른 여인을 묘사했다. 당시 많은 논란과 혹평이 오갔는데 후에 마네는 인상주의 화가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시초로 인정받게 된다. 가혹한 대중의 혹평을 이기지 못하고작품활동을 멈췄다면 우리는 지금의 마네 작품을 만나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와인을 생산하는 떼레 드 비흐뇽 와인 조합의 설립은 당시 전쟁과 기근으로 불어닥친 경제불황에 무너져가는 프랑스 와인 시장에 새로운 생기를 넣은 전환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마네와마찬가지로 와인 양조가들이 양조활동을 멈췄다면 지금의 보르도 와인이 있었을까. 조합 설립 이전부터 수십년을 유지한 와인 양조장들은 현재까지 90년 가까이 유지됐다. 어림잡아도 조합에 속한 양조장들은 최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들이다. 이러한 보르도 전통 와인을 친환경의 개념을 담아 컵와인에 담았다는 점은 파격적이다. 르 쁘띠 피크니크 와인은 자신들의 파격을 이러한 명화의 뒷이야기를 통해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르 쁘띠 피크니크는 메를로를 기본으로 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혼합한 와인이다. 르 쁘띠 피크니크가 생산되는 포도원은 앙트르 두 메르 지역이다. 보르도의 가론 강과 도르도뉴 강 사이에위치해 있다. 이곳은 진흙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보르도의 와인 양조가들은 상대적으로 포도가 빨리 익는 메를로를 심었다. 메를로는 다른 품종과 혼합해 와인을 만드는데 이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품종이 카베르네 소비뇽이다. 메를로가 와인의 풍부한 과실향과 입안에서의 부드러움을 만들어내는 품종이라면 카베르네소비뇽은 입안에서 혀를 조여주는 느낌의 탄닌감과 걸죽한 정도를 만들어주는 구조감을 만들어 준다.

‘작은 소풍’이라는 와인 이름처럼 가볍고 여유롭게 프랑스 보르도의 전통 와인을 즐기도록 하면서 환경을 생각했다. 르 쁘띠 피크니크는 엄격한 와인의 생산 기준은 물론 용기의 생산까지 하나의 유기농 제품을 표방한다.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는 유럽 CE(Conformite European, 제품이 안전, 건강, 환경 및 소비자보호와 관련된 유럽규격)인증, 미국 FDA 식품용기 규정을 준수했다.

특히, 레드 블렌드 와인의 경우 높은 환경 가치(High Value Environment, HVE) 인증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작은 컵 와인에 담긴 엄격한 친환경 기준은 이 와인을 다시 보게끔 한다.

변원규 아영FBC 홍보팀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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