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전환 이끌 것”
“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 전환 이끌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17.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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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성 박사(前,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클라우드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이 연결되어 있다. 현 정부는 이러한 에너지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을 융합해 미래 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과 한양대 교수 등을 역임한 안남성 박사를 만나 에너지 전환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가 탈원전·탈석탄을 목표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며, 두 번째가 발전량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를 2030년 20%까지 보급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1.4%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국가 정책이 수립되면 그것을 지원하는 논리 즉, 철학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정부에서 내세울 수 있는 논리가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에너지 산업의 형태는 대형발전보다는 소형발전 위주로, 공급보다는 수요위주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큰 기조라 할 것 입니다.
에너지 정책의 변화는 원자력발전소 관련 지진발생에 대한 시민들의 위험부담 문제, 미세먼지에 따른 석탄발전소의 거부 반응 문제 등이 발단이 되었지만, 어쨌든 이러한 문제점들이 없었더라도 결국에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디지털 기술의 혁명입니다. 흔히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했을 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효율이 낮다고 사용하지 않던 에너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Q. 에너지 산업이 맞이할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4차 산업혁명은 지난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에 의해 선언이 됐으며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기술과 기존의 산업기술이 융합되는 것입니다.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이로 인해 기존 산업기술의 생산성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며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기술 분야에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을 융합함으로써 인터넷 기술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발전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알파고만 보더라도 10만대의 컴퓨터가 1초에 30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해서 착지점을 찾아주었다고 합니다.
앞으로 에너지 산업에서 나타날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기술적 특이점을 뜻하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입니다. 특히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ICT 기술이 우리 인간의 사고능력을 뛰어 넘는 시점이 2040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계비용 체감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지수함수적 증가를 보이는 엑스포넨셜 기술(Exponential Technology)입니다. 앞서 언급한 싱귤래리티에 기술의 전환이 적용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융합이 되어 코스트(Cost)가 엄청나게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태양광 분야 등에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붕괴(Disruption)입니다. 현재 일부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산업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산업의 붕괴란 크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 들어와 기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에너지 분야에서도 상당히 큰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것들이 배경이 되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에너지 정책 결정시 고려해야될 사항은.
원자력과 석탄을 줄여야하는 문제는 안전과 환경 등의 문제도 있겠지만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수립된 30GW의 신규 반영이라는 부분도 있습니다. 물론 과거 순환정전 문제 등 정부 입장에서는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일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적합한 에너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일정 부분을 차지하며 안착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중 가장 큰 문제점이 ‘부담의 전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경영학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전기가 필요하다고 인식되면 우리나라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정책결정자들은 국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쉽고, 싸고, 빨리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수요가 늘어난다고 보았을 때 지금까지는 원자력, 석탄 등 아주 저렴한 에너지원 위주로 계속해서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의 니즈는 충족되겠지만 환경 문제, 시대정신 문제, 부의 불평등 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정부보다는 NGO들의 영향력이 커지게 됩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며 올바르게 계획을 추진해 나가기가 어려워짐을 의미합니다.

Q.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믹스 조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에 대한 견해는.
많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보내오는 가장 큰 메시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산업 간의 경계와 밸류체인 별 경계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한전의 경우를 보면 발전, 송·변전, 배전, 판매 등으로 각각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한전의 가장 큰 경쟁자는 소비자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태양광 등을 이용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인프라는 에너지, 수송, 통신 세 가지이며 서로 융합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앞서 말씀드린 사회적 붕괴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코스트입니다. 지금까지도 재생에너지는 너무 비싸서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지금 재생에너지나 배터리 등의 비용을 보면 향후 5년 새 반값 정도로 하락하고 앞으로 하락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합니다. 태양광의 경우 2040년이 지나면 모듈 값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보면 흔히 시스템가격이라고 하는데 태양광은 2016년 기준 11억원/MWh 정도로 굉장히 저렴합니다. 풍력의 경우 해상풍력이 40억원, 육상풍력이 20억원 정도인데 충분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태양광이 갖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최근에 MIT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은 상호 강화시켜주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석탄, 가스 등의 경우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됐습니다. 갈수록 많은 투자를 해도 생산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원 전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태양광은 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아니라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기술입니다. 현재 실리콘 기반의 태양광 시스템 효율이 한계에 도달하면 또 다른 기술이 생겨나고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시장에 등장하려고 경쟁할 것입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태양광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AI를 개발한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미래는 태양광이 100%이며 모든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에너지혁명 2030’의 저자인 토니 세바(Tony Seba)는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자동차 등이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미래 에너지 기술은 태양광이며 수송은 전기자동차라는 의견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Q. 신재생에너지의 규제나 입지 확보 등에 대한 문제 해결은.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은 융합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의 경우 송전선이 필요 없는데 이러한 비용과 기후변화와 관련된 환경비용 등을 모으면 충분히 추가 코스트를 상쇄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미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히 지켜야 하는 많은 규제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에 의하면 이러한 규제들에 묶여 있는 부지가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이러한 규제들만 허용되더라도 몇 십 기가와트(GW) 정도는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재 신재생에너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과연 20%까지 달성을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티핑 포인트를 정부가 만들어 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티핑 포인트만 지나면 기술의 특성상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하락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더 많이 보급되고 그러다 보면 가격은 더 하락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호 선순환으로 작용하는 기술이 바로 태양광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주기를 고려했을 때 2025년이 되면 균등화발전단가(LCOE)가 LNG와 거의 비슷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기반들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부지비용 자체가 모두 다르게 적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며 부지의 양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규제와 관련된 업무를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에게 권한을 준다면 지역주민들을 위한 충분한 노력으로 규제와 관련된 부분이 많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이번 정부의 지방분권화 정책과도 연계가 되는 부분이며 앞으로 이런 식으로 변화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Q. 분산전원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는.
이 부분에서 4차 산업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대량생산에서 대량 맞춤형 생산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2차 산업혁명까지 보면 큰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해 규모의 경계를 이룸으로써 코스트를 낮춰가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었습니다. 그 때는 수요가 굉장히 많았던 시대입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나 지금과 같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마이크로그리드와 같이 직접 전기를 생산해서 사용하는 생산방식의 변화가 올 것입니다.
과거 2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공급부족의 시대라고 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수요부족의 시대라고 합니다. 제로에너지빌딩처럼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등 사용할 만큼 직접 생산해서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가전제품에 스마트 기능이 포함되는 등 효율성도 향상될 것입니다.

Q. 원전 축소 정책에 대한 방향성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큰 문제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전되는 원전은 24기이며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에서도 원전이 차지하는 포지션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결과 이것을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원자력이나 석탄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 신재생에너지가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방향을 보면 분산형 시스템이 주가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미국의 플로리다주와 텍사스주의 경우 태풍에 의해 송전선이 무너지게 되면 아무리 많은 발전소가 있더라도 소비자에게 공급을 하지 못하게 됨을 겪었습니다. 즉 송전선이 무너지면 기존의 대규모 발전소는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회복이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 나갈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바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규모 자연재해가 불규칙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태풍피해를 입은 당시 일부 대학의 경우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이크로그리드를 이용해 즉시 전력을 공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고 뉴욕주가 발표한 것이 바로 ‘에너지 개혁 비전(Reforming the Energy Vision : REV)’입니다.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분명한 것은 원자력이나 석탄화력 역시 산업발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겠지만 저는 국가적인 메가트렌드(Megatrends) 측면에서 이제는 에너지 전환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을 해도 국민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불가능 하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국민들의 동참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Q. 당위성은 인정 하지만 속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변화의 속도에 대한 견해는.
디지털 기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급격한 변화입니다. 신재생에너지만 보급을 하는 것이면 원만한 속도로 추진되겠지만 디지털 기술과 융합이 되면 당연히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부지확보, 규제 등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조정능력을 정부가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여러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 국민들이 동의를 한다면 생각보다 빨리 변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Q. 풍력, 태양광 등 급격한 확대에 따른 국내시장의 활성화 방안은.
시장은 우리가 만들어주고 중국 등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점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현재 국내 풍력시장은 많이 위축되어 있습니다. 태양광시장은 풍력시장보다는 실정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붕괴된 산업을 하루빨리 육성 시키는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금까지도 살아남은 기업들을 보면 분명히 그들만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을 것입니다. 살아남은 이러한 회사들의 밸류체인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태양광이나 풍력 분야에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R&D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에기평 원장 시절 가장 강조한 것이 비즈니스모델을 먼저 만들고 R&D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이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을 한다는 조건이면 여기에 맞게 코스트를 낮춰야 하는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목표는 어떠한 분야를 낮추어서 어떻게 맞출 것인가 하는 모든 것들을 세밀하게 만들어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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