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기산업계의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제언
중전기산업계의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제언
  • 윤재인
  • 승인 2017.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재인 가온전선 대표이사

 

독일 지멘스로부터 뮌헨에서 개최되는 ‘Siemens Global Supplier Forum’ 에 초청을 받았다. 이때 현장 출장을 가면서 두 가지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하나는 공항에 도착하니 지멘스에서 보내준 아우디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포럼 장소로 독일 자동차전용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을 타고 달리던 중 시속 220km까지 속도가 올라간 것이다. 운전기사가 “평상시에 160km/ h 속도로 주행하는데 두려움을 느끼면 더 낮추겠다”고 제안하는 순간 객기가 발동하여 “한국인들은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이라서 속도를 더 올려도 된다”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계기판 바늘이 시속 200km를 넘어가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것이 아닌가! 비록 내색을 할 수 없었지만 큰소리를 친 것에 대해 속으로 많이 후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 자동차산업을 주도하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기술과 아우토반이라는 선진 인프라를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또 하나의 놀라웠던 것은 독일 경제의 저력은 일반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즉 강소기업에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에는 전 세계의 절반에 해당되는 1,300개가 넘는 히든 챔피언이 있었고 이들이 다국적 기업들과 연계하여 독일 경제를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는 아우토반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산업 인프라와 대규모 제조업의 벤치마킹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소수의 대기업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끌어내고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러나 제조업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은 독일의 강소기업들과는 많은 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당시 포럼에서 지멘스의 우수 공급회사로 시상한 6개 업체 중 2개의 유럽 업체를 제외한 4개 업체가 모두 우리나라 기업들이었다. 수상 받은 국내 기업들은 모두 중소기업이었고 소수의 대기업들이 앉아서 박수를 보냈던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2년 전에는 일본기업들이 다수 시상하였으나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대세로 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은 참가자들로부터 흘러 나왔다. 이들 중소기업은 독일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지멘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만족시키고 우수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고 있었다. 이제 해외사업은 대기업만의 몫이 아니다. 중전기분야 중소업체들도 자기 사업 분야 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역량을 강화하며 기술개발에 매진할 때 히든챔피언으로 당당히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선업계를 보면 대기업들은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업체 간 과당경쟁을 지양하고 ‘Korean-Consortium’을 결성해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가온 전선도 전선기업 간 협력을 통해 해외에 합작법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온전선의 배전케이블 제조기술과 LS전선의 해외사업 노하우를 결합해 미얀마 현지에 케이블 공장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사업의 리스크를 나누고 협력을 통해 부족한 인적·물적 자원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선업계 중소기업들도 이제는 좁은 국내시장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가격경쟁에 몰두 하면서 사업을 전개하는 대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넓은 해외시장으로 적극 진출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미래사회에서는 폐쇄적인 독자 노선이 아닌 각 기업의 강점 을 연합한 상생협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야만 승산이 있을 것이다. 중전기업계 그리고 전선업계의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이 함께 역량 강화와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에 도전한다면 우리나라의 국부를 창출하고 세계무대에서 중전기 한류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