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 따른 주요국의 전기요금 조정과 대응 정책
에너지 위기에 따른 주요국의 전기요금 조정과 대응 정책
  • 정현우
  • 승인 2023.0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너지 위기

코로나 19라는 초유의 펜데믹 사태 회복과정에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작된 에너지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원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은 저점 대비 각각 8.5배, 112.7배, 9.1배 급등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 확산과 동시에 발전설비 노후화와 재생에너지 발전량 감소 등으로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수급 불안에 직면했다. EU는 가스 수요의 40%를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산 가스 대체를 추진함에 따라 가스 부족이 발생했으며, 유럽의 전기 수출국 프랑스 원전의 절반 이상이 시설 낙후 등으로 가동이 중지됐고, 가뭄 등으로 유럽 내 수력 발전량이 감소하면서 전력 부족 또한 발생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에너지 수급 불안 등의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유럽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상승하는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한편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재정 지원,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국의 전기요금 조정과 대응 정책

영국은 과도한 요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매회사가 고객에게 청구할 수 있는 요금 상한제도(DTC, Default Tariff Cap)를 2019년 1월 도입했다. 도매가격 변동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2022년 10월부터 요금 상한의 조정주기를 기존 6개월(매년 4·10월)에서 3개월(매년 1·3·7·10월)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요금 상한을 설정해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으나, 2023년 주택용 요금 상한은 0.67p/kWh로 2021년 4월 요금 상한 0.19p/kWh 대비 253% 상승했다.

독일은 전기요금에 대한 규제나 상한 없이 자유요금만 존재한다. 2022년 하반기 주택용 자유요금은 28.72ct/kWh로, 2021년 연평균 요금 15.73ct/kWh 대비 82.6% 상승했다. 증가하는 전기요금에 대응해 2022년 7월부터 재생에너지 부담금(EEG-Imlage) 부과를 폐지했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 전기요금 증가율은 24.6%로 낮아졌다.

프랑스는 규제요금과 자유요금이 존재한다. EDF의 2022년 상반기 전력 판매량 기준 주택용 전기요금 사용 비중은 규제요금이 94%를 차지하고, 자유 요금이 6%를 차지한다. 규제요금은 연 2회(2월과 8월)CRE(Energy Regulatory Commission)에서 조정한다. 2022년 8월 주택용 규제요금은 16.1ct/kWh이며, 2021년 2월 규제요금 12.75ct/kWh 대비 26.3%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세금 및 전기소비세 35.9% 인하를 통해 실질 소비자 부담을 4.9%로 제한했다.

이탈리아는 가정 및 소규모기업을 대상으로 규제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규제기관인 ARERA는 연료비 상승분 및 배출권 비용 등 요금조정 요인을 주기적으로 반영해 전기요금을 분기별(1·4·7·10월)로 조정한다. 규제요금은 당초 2023년 1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2024년 1월로 기한을 연장했다. 요금 상한을 설정하여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으나, 2022년 4분기 주택용 규제요금은 53.45ct/kWh로 2021년 1분기 요금 7.33ct/kWh 대비 629% 상승했다.

호주 에너지 규제기구(AER, Australian Energy Regulator)는 요금상한(DMO, Default Market Offer)을 설정해 소비자가 납부할 연간 총 전기요금 상한을 규제하고 있다. 에너지규제기구는 매년 지역별 차이를 둔 요금상한을 설정하며(6개월에 1회 이상 인상 불가), 사업자는 이 기준가격 이하의 범위에서 요금제를 설계한다.

최근 에너지규제기구가 지역별 요금상한을 인상했고, 새로 설정된 요금상한은 2022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적용된다. 요금 상한을 설정해 전기요금 상승을 억제하고 있으나, 주택용 전기요금이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주는 7.2~9.5%, 퀸즐랜드주는 11.3~12.6%,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8.5~18.3% 상승했다.

전기요금 조정 등의 노력에도 전기요금 상승이 이어짐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소비자 및 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고자 보조금 지원, 유상증자 및 국유화, 유동성 지원 등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첫 번째, 영국,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취약계층을 생활비 명목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급격한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18개월간(2022년 10월 ~ 2024년 3월)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소비자는 전기요금을 34.04 p/kWh까지만 부담하고, 초과 비용은 정부가 지급한다. 정부의 가격상한에 따른 소매업체의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할 계획이며, 지원 비용은 향후 10~15년간 에너지 세금을 통해 회수할 계획이다. 또한 영국 정부는 에너지 요금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가구에 보조금 지원하고, 저소득 가구에는 생활비 명목의 보조금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가구에 6개월 간(2022년 10월 ~ 2023년 3월) 400파운드를 지원하고, 연금을 수급하는 800만 가구에 2번(2022년 7월 및 3분기)에 걸쳐 650파운드를, 겨울에 추가적으로 300파운드를 지원했다.

이탈리아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약 300만명의 취약계층에 대해 추가적인 주택용 요금 인상분을 정부 재정에서 100% 지원하는 조치를 2021년 9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직전 12개월 소득이 8,265유로 이하 혹은 2만 유로 이하에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가 적용을 받게 되며, 2022년 1분기 취약 계층의 요금 지원을 위해 9억 1,200만유로의 정부 지출안도 승인했다.

일본은 종합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재원을 통해 전기요금을 직접 보조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1월 ~ 9월까지 1kWh당 가정 7엔, 기업 3.5엔의 전기요금을 인하할 계획이다. 

호주는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 정부는 자체 예산으로 주택용 고객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 프랑스, 독일, 대만 등의 국가들은 전기요금이 상승했지만 요금 상한 등으로 적자 폭이 커진 유틸리티를 대상으로 유상증자 및 국유화를 추진했다. 프랑스는 요금 인상 제한과 원전 의무공급 확대 등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EDF에 유상증자 참여(20억 유로) 및 국유화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EDF에 지난 1월 소비자 부담 최소화를 위해 규제요금 인상률 4% 제한 및 원전 의무공급 확대를 EDF에 요구했다. 이로 인한 EDF의 손실은 약 102억유로로 예상되며, 대부분(85%)은 원전 의무공급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2022년 7월 EDF에 20억유로 유상증자 참여와 향후 추가 원전 건설 등 에너지 안보를 위해 국유화를 추진하게 됐다.

독일은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에너지 회사들의 지분을 국가가 인수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전력·가스회사 Uniper를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 12월 독일 정부는 80억유로의 유상증자를 통해 모기업 Fortum으로부터 Uniper 지분 99%를 확보하면서 모든 지분을 인수했다. 대만 이사회는 유상증자를 위해 자본금 한도를 NT$ 4,000억에서 NT$ 6,000억으로 증액하고 NT$1,500억(한화 약 6조원)의 신주 발행계획을 승인했으며, 발행될 모든 신주는 대만 경제부가 인수할 계획이다.

세 번째, 체코,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스위스, 영국 등의 국가들은 2022년 9월 유럽 전력사가 체결한 선물계약의 마진콜 규모가 최근 가스가격 급등으로 최소 1조 5,000억유로(약 2,084조원) 증가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공여를 제공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체코는 2022년 8월 국영 전력사 CEZ에 30억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겨울 이전에 우선 20억유로를 지원하고, 부족할 경우 10억유로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오스트리아는 국영 유틸리티 Wien Energie에 20억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규제기관을 통해 유틸리티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2022년 9월 최대 30개 기업에 100억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특히 국영기업 Solidium을 통해 최대 전력회사 Fortum에 23억 5,000만유로 규모의 브리지 대출(1년 만기 유동성 서비스)을 제공했다.

스웨덴은 2022년 9월 전력회사들에게 234억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스위스는 2022년 9월 국영 유틸리티 Axpo Holding에 42억유로의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2022년 4월 전력사에 대한 100억CHF(스위스 프랑)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나, 의회에 계류되면서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긴급 법령을 발효했다. 영국 정부는 2022년 9월 에너지 거래 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400억파운드의 기금을 마련했다.

한편 에너지 위기로 소비자 및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게 됐으나, 가스/석유 기업과 발전사업자들은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게 됐다. 이에 스페인, 호주, EU 등의 국가들은 전기요금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도매시장 가격을 규제했다. 특히 EU는 도매시장 가격을 규제함과 동시에 초과 수익을 회수해 소비자의 전기요금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스페인은 이베리아 전력시장(MIBEL)의 전력가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2022년 6월 발전용 천연가스의 가격상한 제도를 시행했다. 2022년 6월 14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 시행되며, 처음 6개월 동안 가격상한은 4.0 ct/kWh로 설정, 이후 매월 0.5 ct/kWh인상된다. 이로 인해 도매시장 가격은 14.1ct/kWh로 다른 국가 대비 낮은 수준 유지(프랑스 39.4 ct/kWh, 독일 36.0 ct/kWh)하고 있다. 연료가격과 상한가격 간 차액은 정부 재원 84억유로(스페인 63억유로, 포르투갈 21억유로)를 활용해 발전사에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한다.

호주는 2022년 6월 정전 예방을 위해 전력 도매시장을 1주간 일시 중단했다. 한파, 노후 발전소 고장,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석탄 및 가스의 높은 국제 가격, 수요 급증 등으로 호주 내 전력 공급 부족이 발생했고, 망 운영자 AMEO는 시장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해 전력 도매시장의 현물거래를 중단, 발전사업자에 규제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도록 지시했다. 2022년 6월 16일부터 6월 23일까지 1주간 현물거래가 중단되고, 300AUD/MWh(호주 달러)의 가격 상한이 설정됐다. 2022년 6월 16일 중단된 현물시장은 6월 23일 다시 재개됐고 전력시장의 가격 책정 기능을 회복해 운영 중이다.

EU는 2022년 10월 저원가 발전원의 수입 상한을 180€/MWh로 설정했다. 저비용 발전소가 2023년 6월까지 180€/MWh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에너지정책 목표에 따라 신규 용량 투자를 저해하지 않고 투자 및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했다. 가격 상한선을 초과하는 수익은 EU 회원국 정부가 회수하고, 에너지 소비자의 요금을 줄이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전 세계는 전기요금 조정, 재정 지원, 규제 강화를 통해 2022년 발생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장 걱정했던 2022~2023년 겨울철은 평년 대비 온화한 겨울철 기온의 영향으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 가스 소비량이 과거와 비교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에너지 위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현재 에너지 수요 감소로 유럽 내 가스 재고량이 평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에도 2023년 3월 말 유럽의 가스 비축률은 50%를 상회할 전망이다. 이처럼 현재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에너지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나 향후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수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에너지 수요 확대,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완전 중단, 2023~2024년 겨울철 기온하락 등이 종합적으로 발생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면 또 한 번의 에너지 위기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망 확보 노력과 함께 에너지 기술 개발 및 관련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현우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