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기업동향 및 시사점
글로벌 에너지 신산업 관련 기업동향 및 시사점
  • 이성재
  • 승인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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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등 분산 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와 관련한 에너지 신산업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의 초기에는 분산 자원에 대한 보조금 정책의 영향으로 재생에너지의 구축사업이 중심이 되어 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선진국에서 태양광 설치비 세액공제(미국)나 태양광 설치 보조금 지원(일본), 태양광 연계 ESS(Energy Storage System) 설치 지원(독일) 등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업들은 이러한 보조금을 통해 분산 자원을 구축하고 수익을 확보하는 사업을 주로 추진했다.

에너지 신산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좀 더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데이터관리 기술이 향상되고 고객 연결이 강화되며 정밀한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디지털 기술을 사업 기반으로 한 기업들은 분산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전력 계통 및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을 대신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간소화하고 최적화해주는 사업을 개발했다. 에너지 신산업은 분산 자원의 구축사업뿐 아니라, 유지보수를 비롯
한 운영 최적화 사업, 분산 자원으로 확보한 전력을 시장에 대신 거래해주는 중개사업, 고객과 분산 자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 컨설팅, 구축, 운영 등의 종합솔루션 사업 등으로 확장되어 갔다. 최근에는 고객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초기 투자비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 기반의 사업모델(Energy as a Service, EaaS)도 확대되는 추세이다. 분산 자원 등 에너지 인프라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정부의 보조금 제공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고객의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초기 투자비를 자체 제공하면서 분산 자원의 설계,구축, 유지보수, 운영 최적화, 중개 등을 통합하여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의 사업방식에서 파생하여, 고객이 분산 자원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고 임대 형식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고객은 에너지 인프라로 인한 편의성을 확보하며 매달 구독료를 지불하고, 기업은 장기 고객을 확보하면서 최적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등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유인이 생긴다. EaaS 모델은 에너지효율 분야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 소프트웨어,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분산 자원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해외 에너지 혁신기업의 신산업 현황

해외에서는 신사업 확장의 기회비용이 적고 디지털 기술력에 강점을 지닌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기업 들이 분산 자원 시장에 진입하여 에너지 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유틸리티들은 이해충돌, 중립성, 파급영향 등 여러 제약요인으로 인해 신산업의 접근성이 낮으나, 혁신 기업들은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로워 사업에 유리한 면이있다. 혁신기업은 유연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유틸리티와 금융기관 등 다수의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여 사업을 추진한다. 주택, 건물, 공장 등 기존 전력소비자와 함께, 최근 보급이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유틸리티가 운영하던 송배전망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차 충전, 수요자원 등 분산 자원을 대상으로 운영 최적화, 플랫폼 운영, 중개 서비스, 종합솔루션, 구독 상품화(EaaS) 등 여러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운영 최적화는 분산 자원을 구축한 이후의 사업모델로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운영과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플랫폼 운영은 소비자와 분산 자원 공급자가 자유롭게 거래하는 공간(플랫폼)을 개발하여 운영하는 사업이고, 중개 서비스는 고객의 분산 자원을 모아 시장에 중개하고 거래 수수료를 확보하는 사업이다. 종합솔루션은 분산 자원의 계획부터 구축, 운영 등의 사업까지 원스톱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구독 상품화는 매달 구독료 기반으로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표 1은 Cleantech, BNEF 등에 소개된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모델별을 정리한 것이다.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충전 등 개별 분산 자원을 대상으로 운영 최적화 사업이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업체인 Omnidian(미국), 배터리업체인 Relectrify(호주)와 Twaice(독일), 전기차 충전업체인 Ev.energy(영국) 등이 대표적이다. Omnidian은 고객의 태양광 발전소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전량을 보장해준다. Relectrify는 배터
리 셀을 개별 제어하여 최적 운영을 지원하는 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배터리 수명 연장 및 비용 절감 등의 편익을 제공한다.

Twaice는 배터리 하드웨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전기차와 ESS 배터리의 운영 환경과 생애주기를 고려한 최적 충 방전 스케줄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Ev.energy는 금전·환경적 측면에서 전기차의 최적 충전 스케줄링을 제공하며 고객이 저비용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도록 지원한다. 최적 충전 스케줄링은 고객이 자가 태양광을 보유 시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도록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플랫폼 운영은 소비자와 분산 자원 공급자가 자유롭게 참여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중립적 플랫폼 사업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Level10(미국), Arcadia(미국), Flexidao(스페인) 등이 선도 기업이다. Level10은 재생에너지 구매자와 개발자, 금융기관, 컨설턴트 등을 위한 양방향 PPA 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PPA 관련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RE100 및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원하는 구매자와 발전소를 가진 판매자를 온라인으로 연결하고, 거래의 효율적인 수행에 필요한 분석 및 전망 등 서비스를 지원한다. 미국, 유럽 등 25개국에서 4,500개 이상의 PPA에 접근할 수 있다. Arcadia는 고객을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와 연결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고객은 지역 발전소의 지분을 확보하여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Arcadia는 플랫폼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거주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의 태양광 발전소에 투자해도 전기요금 절감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기업 고객이 회사 건물뿐 아니라 직원들의 거주 공간 등에도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운영하여 고객의 탄소중립을 지원하고 있다.

Flexidao는 유틸리티 및 에너지 소매업자에게 블록체인 기술 기반 재생에너지 추적 플랫폼을 제공하여 녹색요금제 등 재생에너지 조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Flexidao의 프로세스는 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발전량 및 고객의 에너지 소비량 데이터를 확보하고 ②블록체인에서 매시간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며 ③실시간 시각화 및 모니터링하고 ④선택한 제3의 감시자가 공유 및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개 서비스는 고객의 분산 자원을 모집해 전력시장의 요청 시 중개하는 사업으로, 대표 기업으로 Ecobee(캐나다), OhmConnect(미국), Nuvve(미국), NextKraftwerke(독일) 등이 있다. Ecobee는 스마트 온도조절기와 ECO+(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고객이 계시별 요금제에서 전기요금을 절감하고 지역의 수요 급증 시 유틸리티의 요청에 따라 온도를 조절하고 보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OhmConnect는 유틸리티와 연계하여 주택용 고객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이벤트 알림을 제공하고 참여 시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Nuvve는 자체 개발한 전기차용 V2G(Vehicle to Grid)충전기를 구축하고 V2G 참여고객을 확보하며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중개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V2G 충전기 사용 고객의 배터리를 활용하여 가상발전소(VPP)를 운영하고 주파수 조정, 수요 반응 등 망 서비스에 참여한다.

Next Kraftwerke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상업 및 산업고객, 전기차 등을 통해 분산 자원을 모집해 VPP를 운영하고, 수요반응 및 밸런싱(balancing) 에너지 시장에서 거래하여 수익을 확보한다. 유틸리티, 망 운영자 등이 VPP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객 맞춤형 플랫폼을 구축해주고,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Leap(미국)은 전기차 충전, 배터리, 스마트 빌딩 관련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분산 자원을 모아 유연성 시장에 입찰해 수익을 확보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다. 종합솔루션은 분산 자원의 설치 계획부터 설계, 제품 구매, 운영 최적화, 전력 판매처 확보 등을 단일 계약구조로 통합하여 제공하는 사업으로, Electriphi(미국), Stem(미국)이 대표적이다. Electriphi은 전기차와 충전설비의 선정부터 구축, 재무 컨설팅, 운영 스케줄링, 유지보수 등의 전 과정을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Stem은 유틸리티, 송배전 회사, 기업 등 여러 고객군을 대상으로 ESS 설계, 가치 최적화, 유지관리, 보조금 확보 등의 턴키 솔루션을 제공한다. Stem은 요금 및 시장 가격신호, 배터리 상태, 자가 태양광 출력의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배터리 최적 충방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고객군별 목적과 요구에 맞는 배터리 운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독 상품화는 종합솔루션에서 진화한 형태로, 분산 자원의 설치, O&M 등 프로젝트 관련 모든 비용을 서비스 공급자가 부담하고, 고객은 매월 구독료를 납부하는 사업이다. 주요 기업으로 Blocpower(미국), Redaptive(미국), Amply(미국), Sunmoblity(인도). Enpal(독일) 등이 있다. Blocpower는 건물의 냉난방 및 온수 비용을 절감해주는 히트펌프 사업을 운영하며 도입 계약, 구축, 모니터링, 유지보수 등의 통합솔루션을 제공하고 비용 절감 성과를 기반으로 구독료를 책정한다. Redaptive는 산업·상업용 고객의 효율 프로젝트 전 과정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고객에게 매달 구독료를 부과한다. 다만, 이 기업은 기존의 에너지효율 기업(ESCO)과 달리 기업이 효율 제품의 소유권을 가지고 모니터링, 유지보수, 업그레이드 등 전주기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성과 관련 위험성을 부담한다.

전기차 충전업체인 Amply는 고객의 전기차 충전기 및 충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초기 투자비 제공부터 구축, 운영, 유지보수 등을 일체 관리하는 사업을 하며, CAPEX, OPEX, 에너지 비용 등을 고려해 매달 고정요금을 책정한다. Amply는 충전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고객의 전기차 충전을 자동으로 최적화해 충전 비용을 낮추도록 지원한다. 고객이 비용을 추가로 줄이고 싶은 경우 탄소저감 프로그램 참여 및 재생에너지 전력 확보, 수요반응 및 망 서비스 연계 등에 참여할 수 있다. Sunmoblity는 탈부착식 배터리 시스템을 갖춘 전기 이동수단 사용자를 대상으로 충전 시 배터리를 교체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배터리가 없는 전기차 등을 구매해 초기 비용을 낮추고 충전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Enpal은 고객에게 태양광 발전기를 임대해 설치해주고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발전량을 바탕으로 매달 고정요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사업모델을 개발했다. 고객의 고정요금에는 태양광 발전 시스템의 계획 및 발전량 시뮬레이션, 설치, 계량기 교체, 유지관리, 보수, 보험, 모니터링, 결함 요소 교체 등이 반영된다. 태양광 임대가 만료된 후에는 고객이 자산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외 유틸리티의 신산업 현황

혁신기업들의 시장 침투가 활성화되자, 최근 해외 주요 유틸리티도 발전, 송배전, 판매 등 전통적인 전력 사업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유틸리티 관점에서 에너지 신산업은 소매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인식됐다. 실제로 분산 자원을 활용한 자가 발전의 확대와 개별 주체 간 직접 전력 거래 증가는 전통적 소매사업의 고객 이탈 효과로 나타나 기존사업의 규모를 축소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에너지 신산업 시장이 점차 활성화되면서 해외 주요 유틸리티들은 소매 부문의 수익 감소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소매사업과 상충하는 신산업을 확대하여 소매 부문의 수익 감소를 상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사업 초기에 주로 에너지 신산업 관련 유망한 혁신기업들을 인수 및 합병하며 신산업을 확대하였다. Enel은 미국의 수요반응 및 에너지 서비스 제공업체인 EnerNoc과 전기차 충전업체인 eMotorWerks, 이탈리아 에너지 효율업체인 Yousave 등을 인수하며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유틸리티는 사업영역이 한정적인 혁신기업과 달리 다양한 분산 자원 사업을 운영하며 고객군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Centrica의 경우 산업 및 공공, 데이터센터. 건물 등을 대상으로 태양광, 히트펌프, 에너지효율, 전기차 충전, 열병합 발전, 에너지관리 등 다양한 분산 자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대부분 신산업 관련 자회사를 설립하고, 운영 최적화, 플랫폼 운영, 중개 서비스, 종합솔루션, 금융 옵션 등을 제공한다.

Enel은 Enel X, Centrica는 Centrica Business Solutions, Con Edison은 Con Edsion Solutions, Vattenfall은 본사 및 Vattenfall Network Solutions(영국 전력 네트워크 사업)와 Powerpeers(네
덜란드 재생에너지 플랫폼업체) 등이 신산업을 운영 중이다. 운영 최적화 사업의 관점에서 유틸리티는 혁신기업처럼 단일 분산 자원뿐 아니라 여러 분산 자원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최적화하는 운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 Centrica는 태양광, 배터리, CHP, 히트펌프 등 자체 제공하는 개별 분산 자원의 유지보수 및 운영 최적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nel은 자체 개발한 분산자원 최적화 소프트웨어(DER.OS)를 통해 고객의 배터리, 태양광, 백업 발전, 전기차 충전 등 여러 분산 자원을 개별 및 통합적인 관점에서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DER.OS는 구축한 분산 자원에 접속하여 에너지 소비 및 생산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전력피크 및 계통 조건을 분석하여 요금을 최소화하거나 자가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하여 요금이 비싼 시간에 활용하며 수요반응 등 망 프로그램 참여로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유틸리티는 고객의 VPP 활용을 위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리하는 서비스와 고객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Centrica는 유틸리티 등 고객의 VPP 구축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관리해준다, Enel은 고객이 재생에너지 PPA를 구매할 수 있도록 자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재생에너지, 천연가스, 전기 등 여러 에너지원을 대상으로 경매 기반의 유연한 조달 플랫폼을 제공한다.

Vattenfall은 자체 스타트업인 Powerpeers를 통해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원하는 고객과 발전소를 구축한 고객을 연결하는 디지털 양방형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며, 거래되는 모든 전력은 라벨이 지정되어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전력소비자는 플랫폼을 통해 태양광을 가진 가족, 이웃, 친구 등 지인이나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업체를 선택해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유틸리티는 기존에 분산 자원을 구축해준 고객이나 외부 고객을 모집하여 중개해주는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Enel은 에너지 수요관리 및 전기차 충전관리 서비스 등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수요반응 참여 서비스를 제공하며, 현재 해외 11개 국가에서 VPP 자원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 서비스(JuicyNet)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전력망 상황을 반영해 충전을 최적화하고 고객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Centrica도 VPP 사업을 자체 운영하고 자체 고객이나 배터리업체 등을 통해 분산 자원을 확보하여 중개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틸리티는 분산 자원별 구축, 운영, 유지보수 등 전 과정 종합솔루션을 제공하면서 여러 분산 자원 사업을 통합해 고객의 넷제로 기반 맞춤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Centrica는 고객이 전력, 열 등 에너지 부문에서 넷제로에 도달하도록 계획-감축-전환-완료의 4단계로 구성된 솔루션을 구축하고 자체 분산 자원을 제공한다. Enel은 고객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고객의 현 상황의 면밀한 평가, 목표 설계, 구현, 실행과 지속성을 위한 추적, 참여 촉진에 이르는 방안 등을 수행한다. 유틸리티는 자금 조달의 용의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분산 자원별 구독 서비스와 함께 다양한 금융 옵션을 제공하여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Vattenfall은 고객의 전력 인프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에게 매달 구독료를 받고 있다. 특히 다소비 고객이 가진 전력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매입하고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Power as a Service, PaaS).

Enel은 태양광 사업이나 태양광&배터리 결합 등의 사업에 초기 투자비를 제공하면서 이로 발생하는 편익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이익공유(분산 자원 편익), PPA, 하이브리드 PPA(이익공유 + PPA), 고정요금(월 구독료) 등 다양한 금융 옵션을 제공한다. Centrica는 분산 자원 및 국가별 특성에 맞춰 다양한 금융 옵션을 도입하여 고객의 수용성을 제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에너지 구매 할인, 선택적 소유권 계약, 자본 지출, 전력 구매 계약, 에너지 서비스 계약 등을 제공하고, 미국에서는 에너지절약 성과계약, 유틸리티 서비스 계약, 청정에너지 자산 평가, 에너지 서비스 계약 등을 제공한다.

혁신기업과 유틸리티의 협력 추진

유틸리티는 디지털 기술에 강점이 있는 혁신기업과의 다양한 파트너십을 맺고 에너지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주로 혁신기업에 지분 투자 방식을 활용하거나 제품 파트너십, 조인트벤처, 판매권 계약/공동 제공 등의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지분 투자 방식은 역량 인수 나 인수·합병하여 기업의 전체 혹은 다수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과 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등을 통해 소수 자본을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수합병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Centrica와 Enel 등 주요 유틸리티가 신사업 초기에 사업영역 확대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활
용한 방식이다. 전략적 투자는 자체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혁신센터, 기업벤처케피털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로, EDF, Iberdrola, Engie 등 다수의 유틸리티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Engie는 자체 기업벤처케피탈(Enige New Ventures)을 설립하여 에너지효율 기업(Redaptive사 등)에 투자하고 이들과 연계해 Engie의 고객에게 효율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틸리티는 스타트업의 기술력 및 시장성이 입증되면, 향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지분 전체를 확보하는 형태로도 접근한다. 제품 파트너십은 2개 이상의 기업이 제품 및 서비스의 신규 개발을 위해 공동 협력을 추진하는 형태로 개발 후에는 공동 브랜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Centrica의 경우 엔지니어링 기업, ESCO, 에너지 컨설턴트, 플랫폼 기업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고 타사에서 자사의 솔루션을 결합 및통합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조인트벤처는 두 개 이상의 특화된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목적으로 합작 투자하여 새로운 기업을 만드는 방식이다. 프랑스의 유틸리티인 EDF가 V2G 개발업체인 Nuvve와 조인트벤처로
V2G 솔루션을 개발하는 DREEV를 자회사로 설립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DREEV는 V2G 플랫폼을 통해 차량의 충전 상태, 전기요금, 사용자 요구, 망 제약사항 등을 고려하여 충방전을 제어하고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지원한다.

판매권 계약·공동 제공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재판매(유통)하거나 기술의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형태가 포함된다. 그리스의 유틸리티인 Elpedison은 Level10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재생에너지 PPA 평가와 계약 대상자의 효율적인 물색 등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Pacific Gas and Electric Company(PG&E)는 자사 웹사이트에 OhmConnect, Leap 등 혁신기업의 에너지 수요관리 서비스 정보를 게시하고 참여를 장려한다. OhmConnect과 Leap는 PG&E 고객의 수요반응 등 유연성 시장 참여를 중개하고 참여한 고객에게 PG&E로부터 확보한 수익을 공유해준다. 또한 PG&E는 Southern California Edison(SCE)과 함께 지역의 전력망 투자를 줄이는 수단으로 혁신기업 등의 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망 건설 연기 지역을 지정하고 해당 지역의 분산 자원 구축을 위해 참여 가능한 기업을 평가 및 선정하면, 고객은 이 기업들을 통해 분산 자원을 구축하게 된다. 이 외에도 유틸리티들은 혁신기업 및 공공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에너지 복지 등 사회적 책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Con Edison은 뉴욕주의 탄소중립 및 효율 개선을 위해 여러 혁신기업이 참여하는 효율 개선 지원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뉴욕주 에너지 연구개발청(NYSERDA), 에너지효율 기업인 Blocpower와 협력하여 다세대 건물의 청정 냉난방 전환을 지원하는 ‘Green the Bronx’ 캠페인을 시행했다. 뉴욕의 탄소 절감을 위해 NYSERDA와 중소기업 효율 지원 프로그램(Business Energy Pro)을 개발하고 효율 업체 선정 및 중소기업의 효율 성과로 보상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National Grid는 NYSERDA 및 Blocpower와 Grid for Good 이니셔티브를 개발하고 소외된 지역의 청년들에게 히트펌프 교육 및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해외의 혁신기업과 유틸리티가 다양한 에너지신산업 모델을 개발해 사업화를 추진하는 사례를 살펴봤다. 혁신기업은 핵심 기술력과 아이디어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유관 비즈니스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틸리티는 우수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여러 금융 옵션을 개발해 고객을 확보하고, 다양한 분산 자원 사업을 운영하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주요 유틸리티들은 디지털 기술에 강점이 있는 혁신기업과의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에너지 신사업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면서 고객에게 에너지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으로 대외적인 환경이 변화하며 앞으로 수요가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태양광, 수요자원, ESS 등 분산 자원의 보급 및 이용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와 함께,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 탄소세 및 탄소조정국경세 등 탄소가격 메커니즘의 도입, 기업의 RE100 참여 확대 및 ESG의 강화로 인해 기업의 분산 자원의 관심과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한 분산 자원과 관련된 기술력과 제도 이해에 관한 높은 요구조건은 개인의 의사결정에 있어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이를 대리하는 서비스의 수요를 유발할 것이다. 특히 초기 투자비 없이 매월 일정한 고정비만 구독료로 지불하면 원하는 분산 자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너지 서비스 사업모델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Fortune Business Insights(2022)에 따르면, 글로벌 EaaS 시장 규모는 2021년 643억 달러에서 2029년 1,476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전력산업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에너지 신산업의 활성화가 더딘 상황이다. 현재 국내 혁신기업들은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낮은 전기요금, 시장의 불확실성, 사업자금 확보의 어려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사업 운영에 제한이 존재한다. 국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약요인을 해소하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여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스타트업 등 혁신기업을 창업 및 육성하고 투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민간의 혁신성을 토대로 민간과 공공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공생하는 비즈니스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이성재 한전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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