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관련 시장들의 조화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전력 관련 시장들의 조화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 김창섭
  • 승인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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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시스템은 건설과 운영의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될 수 있다. 발 · 송 · 변 · 배전 하드웨어의 건설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계획경제의 메카니즘으로 여전히 작동 중이다. 인허가는 전기위원회를 통해 시작돼 지역수용성, 망수용성 등 여러 가지 실질적인 장애를 통과하며 실천된다. 하드웨어의 건설과 사업의 진입은 공공부문의 계획이 주도하는 인허가 영역에 남아있다.

또 하나는 시장의 모습을 갖는 운영의 측면이 있다. 전기에너지라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비용기반시장(CBP)이라는 시장거래방식을 따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방식으로서 원가연동형으로 요금제도를 개편했으나, 결국 작동하지 않았고 급기야 최근에는 SMP상한제가 도입됐다. 이러한 반시장적 규제는 이 분야에 대한 투자의욕을 저하시킬 것은 분명하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의 경직된 전력산업구조는 뜻밖에 안정성을 보여준 측면도 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전 국민경제의 고통을 한전이 영웅적으로 버텨낸 것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금제도는 세월이 지나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진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작지만 꾸준히 진화 중인 다른 시장들에 있다. 전통적인 열시장말고도 RPS, FIT, HPS, ETS, EERS 등 다양한 소규모의 원별 시장들이 각기의 논리를 갖고 진화 중이다. 문제는 이들 시장은 모두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원인에서 발생하는 피가 섞인 CBP의 형제들이다. 전기와 열시장의 원만한 관리도 버거웠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 시장이 점차 규모를 키우게 되면 국내 에너지시장의 거래방식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불확실성을 가진 갬블링의 게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이들 형제가 더 크기 전에 차분히 함께 살아갈 방식을 고민해봐야 한다. 대표적인 유행어가 바로 섹터커플링이다. 게다가 입지가 포화되면서 원별 기술별 설비들은 더욱 겹쳐지게 된다. 이제 통합적인 시장메카니즘에 대한 차분한 고민이 필요하다. 원별 접근은 이제 한계에 왔다.

김창섭 전기저널 편수위원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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