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이 갖는 의미와 향후 과제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이 갖는 의미와 향후 과제
  • 정연제
  • 승인 2022.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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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지난 7월 4일 정부가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은 향후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계형 요금제 등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을 내세웠다. 이는 앞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제시한 ‘전력시장 · 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 ·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것과 연계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실 전기요금이 원가주의 원칙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것은 새 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내용은 아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연료비 등의 원가 변동 요인과 외부비용이 적기에 탄력적으로 반영되는 전기요금 체계 정립’을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전기사업법 시행령은 ‘전기요금이 적정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수준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을 주요한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전기요금 산정기준’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원칙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의 원가원칙이 준수되지 않았던 것은 전기요금 결정과정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한계로 인한 것이었다. 따라서 요금규제의 거버넌스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위한 새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금규제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규제기관이 설립된다 할지라도 전기요금의 원가주의를 확립 및 준수하기 위해서는 왜 이러한 원칙이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현행 제도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전기요금 원가주의 개념에 대해 살펴봄과 동시에 향후 개선돼야 할 과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총괄원가 보상원칙

일반적인 재화의 경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부나 규제기관이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에 개입할 명분이 약하다. 하지만 전기, 가스, 수도와 같이 대규모 네트워크 설비 구축이 필수적인 산업의 경우, 단일 공급자를 통한 재화의 생산 및 공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대규모 자본투자로 인해 규모의 경제라는 기술적 특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후발기업이 해당 산업에 새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즉 신규 기업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며 만약 등장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특성을 가진 산업은 독점기업이 출현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러한 독점기업이 자신의 이윤추구를 위해 가격을 설정한다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 즉 완전경쟁 상황과 비교해 가격수준이 너무 높아지고 생산량은 감소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라 규제기관이 가격설정 과정에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규제기관이 정하게 되는 가격수준은 무엇을 근거로 어느 정도로 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공요금이 적정원가 및 적정투자보수 즉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해져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Bluefield 사건 및 Hope3 사건을 통해 확립된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규제기관이 공공부문의 요금을 결정할 때 준수해야 할 하나의 중요한 대원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전력공급을 위해 취득한 자산 및 설비에 대한 투자보수를 인정하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를 통해 사업자는 투자자에게 적절하고 공정한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이는 신규 자본 유치를 가능하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한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캐나다 등 공공요금을 규제하는 국가에서는 모두 동일하게 공공사업자의 총괄원가 보상을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규제기관은 공공사업자의 지역적 독점을 인정하고 요금규제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이윤을 보장하는 대신에 규제기관을 통해 독점적 사업권을 보장받은 유틸리티는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는 이른바, 규제협정(regulatory compact)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기요금 산정기준을 통해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명문화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가 ‘총괄원가 보상원칙 확립’을 주요 에너지 정책 방향 중 하나로 제시했다는 것은, 지금까지 관련 원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림 1과 표 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 2008년 이후 전기요금은 총괄원가 보상원칙과는 크게 동떨어진 수준에서 결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전기요금이 총괄원가를 회수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에서 정해지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2015년부터 약 3년간 유가가 대폭 하락해 한전의 전기 판매수입이 총괄원가를 초과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과거부터 누적된 원가부족액을 회수하기 위한 의도가 어느 정도 작용해 전기요금을 내리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결국 총괄원가 보상이라는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한 전기요금 결정과정은 전기요금이 원가변동 요인과는 무관하게 정해진다는 오해를 낳게 되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되는데 일조했다.

한편 총괄원가 보상원칙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은, 동 원칙이 단순히 사업자가 지출한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소요된 적정한 수준의 비용과 합리적 수준이 이익을 보장함으로써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합리적이며 안정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특히 산업의 성격상 대규모 설비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므로, 신규 자본투자에 대한 적정한 보수를 인정해 주는 것은 안정적 전력공급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방식이라 할 것이다.

최근 전력산업의 환경변화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에너지효율 향상, 신기술 활용 등의 새로운 요구가 발생하고 있으며,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계통보강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므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만약 총괄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이 계속 유지된다면 향후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신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즉 원가에 기반한 요금체계는 단순히 하나의 사업자의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전력산업의 안정적 운영을 가능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최근 상황과 같이 전기요금 급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우려돼 총괄원가 보상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정부의 재정 투자를 통해서라도 관련 비용을 보상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전력공급 안정성을 위한 우려가 강하게 담겨있는 것이다.

총괄원가 회수와 연료비 조정요금

총괄원가 기반 규제방식의 작동 원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규제를 받고 있는 공공 사업자는 향후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괄원가를 산정하게 된다. 이후 규제기관은 총괄원가가 적정하고 객관적인 수준에서 산정됐는지를 검증한 이후, 사업자의 예상 판매수입과 비교해 요금 조정의 필요성을 평가하게 된다.

즉 예상 판매수입이 총괄원가가 일치되도록 하는 수준에서 적정요금 단가를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영미권에서는 총괄원가를 필요수입액(revenue requirement)으로 부른다.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전력판매량에 단위당 적정요금 단가를 곱한다면 사업자가 필요로 하는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의 적정요금 단가는 평균적인 개념이며, 실제로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전기요금 단가는 종별공급원가 및 소비자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편 총괄원가 산정과정에서 근거로 사용한 예상 판매수입은 실제 전력판매량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당해 회계연도 종료 후 결산실적을 적용해 산정한 실제치와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실제 전기 판매수입이 총괄원가(필요수입액)보다 많다면 차기연도 요금조정 과정에서 전기요금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반대로 실제 전기 판매수입이 총괄원가보다 적다면 차년도 전기요금을 인상함으로써 균형을 맞춰야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은 총괄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력구매비용은 총괄원가 중 85% 이상을 차지해 다른 나라에 비해 관련 항목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총괄원가 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이러한 전력 구매비용은 공공 사업자가 통제할 수 외생적 비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전력구매비용(특히 연료비) 변동에 따라 사업자가 초과 이윤을 얻거나 반대로 손실을 보는 경우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면 이는 결국 총괄원가 추정을 어렵게 만들어 사업자가 전기요금을 통해 관련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재무적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설령 총괄원가의 추정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요금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한 규제기관이 요금심사 과정에서 해당 비용을 모두 인정해 주지 않는다면, 사업자는 통제할 수 없는 비용항목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는 구조적 손실 위험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처럼 통제 불가능한 비용이 주요한 재무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면 공공 사업자는 본연의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동기가 적어지게 되며 이는 결국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규제 목적과도 배치되는 결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 1월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총괄원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전망한 기준연료비에 비해 실적연료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변화한다면 이를 전기요금 고지서에 ‘연료비 조정요금’이라는 항목으로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분기별로는 3원(지난 6월에 5원으로 확대), 연간으로는 5원의 폭 안에서 변화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의 재무적 부담도 어느 정도 줄이고, 소비자에게 가격신호도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연료비 조정요금의 상 · 하한으로 인해 연료비 변동분이 전기요금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면 차기연도 요금조정 과정에서 이를 총괄원가에 반영해 사후 정산하도록 하는 규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연료비 연동제의 운영실적은 처참하다. 도입 당시 3원을 인하했던 것을 제외하면 총 6번의 기회 중 원칙대로 요금조정이 이뤄진 것은 단 2차례에 불과하다(표 2 참조).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LNG 및 유연탄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연료비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것이 절실했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이유를 들어 연료비 연동제 조정을 유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한 연료비 미조정분에 대한 사후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며,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비용에 대한 회수방안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가주의 확립의 또 다른 축 : 기후환경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내실화하기 위해서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요소는 기후환경요금의 분리고지다. 기후환경요금은 RPS 의무이행비용, 배출권거래제 이행비용,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에 따라 발생하는 대기예비력 비용 등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정책으로 인해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있는 기후환경비용을 별도 분리해 소비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도입 첫해인 지난해의 경우 기후환경요금 단가는 kWh당 5.3원이었으며 올해는 7.3원으로 조정된 바 있다.

사실 기후환경비용 중 대기예비력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두개의 항목은 원래 총괄원가에 포함돼(원칙적으로만 그렇긴 하지만) 전기요금에 반영되고 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용은 앞서의 연료비와 마찬가지로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목적에 따라 판매사업자인 한전이 부담하던 것들이다. 즉 한전이 공익적 성격의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용 지출을 하긴 하지만, 엄밀하게는 한전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공공 사업자가 이러한 정책비용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면 정부가 애초 의도했던 정책목표 달성의 실패로 귀결될 위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비용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사안 중 하나이며 최근 요금제 설계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총괄원가 보상원칙에 따라 결정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사업자가 이러한 정책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수준에 대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기후환경비용을 별도로 분리해 기후환경요금이라는 항목으로 소비자에게 별도 고지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 한 것이다.

비록 전기요금이 총괄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기후환경비용만큼은 모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함과 동시에 해당 비용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소비자가 인식하게 함으로써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과정에 소비자가 보다 적극적인 인식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원가주의 확립을 위해 필요한 향후 과제

원가주의를 확립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본고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총괄원가 보상원칙 확립 및 원가연계형 요금체계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춰 향후 전기요금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령에 명시된 바와 같이 총괄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전기요금 인상은 소비자에게 여러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단계적 · 점진적으로 원가를 반영할 수 있는 세밀한 요금설계 작업이 필요하다.

당장 총괄원가에 다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기요금을 산정하더라도 이때 미처 회수하지 못한 비용은 2~3년에 걸쳐 차기연도 요금 조정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 이러한 원칙을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방법론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각에서 제시된 총괄원가 보상원칙으로 인해 사업자가 효율적으로 사업을 경영할 유인이 약해진다는 문제의식은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해서는 경영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앞으로 원가주의 원칙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제도 도입 방안을 중장기 정책과제로 설정한 후 관련 연구에 즉시 착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적 성격의 비용은 전기요금에 그대로 반영해 안정적 전력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사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비용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연료비 조정요금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변동 폭으로 인해 연료비 변동에 따른 가격신호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이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다. 지난 6월 말 한전의 공급약관 개정을 통해 당초 분기별 3원이었던 제한 폭이 5원으로 확대된 바 있으나, 국제 에너지 정세를 고려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올해 같은 경우 이미 연간 상한폭 5원에 도달함으로써 추가적인 연료비 조정요인을 반영할 수 없는 것은 큰 문제점이다. 또한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기준연료비의 조정을 통해 전기요금이 원가를 제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연료비 조정요금의 제한적 적용에 따라 발생하는 미회수 비용을 사후정산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다 강제성 있는 조항으로 삽입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기후환경요금은 현재 구체적인 산정방안 및 산정주기에 대한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매년 일정 시점에 연간 실적을 반영해 기후환경요금 단가가 새로 산정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비용요소들을 기후환경요금에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따라야 할 것이다. 특히 기후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시점과 해당 비용을 회수하는 시점 간에 1년의 시차가 발생함에 따라 사업자의 재무적인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예상 발생 비용을 기준으로 단가를 산정 후 사후정산을 통해 오차분을 정산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 전 분야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의 전기요금 체계는 관련 논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원가주의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에 따라 전기요금과 관련된 모든 논의가 전기요금의 수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선진적인 전기요금 체계 도입에 대한 고민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수요관리형 요금제 도입, 분산형 전원 확대에 따른 요금체계의 변화, 합리적인 망 요금체계 마련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만 해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기요금 결정과정에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은 결코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으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할 것임이 분명한 때이다.

※본고의 내용은 저자 개인의 견해이며, 저자가 속한 기관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팀장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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