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원가주의에 기반 둬야”
“전기요금, 원가주의에 기반 둬야”
  • 이훈 기자
  • 승인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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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기협회, 제4차 전력정책포럼 개최
탄소중립 달성 선제조건 …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과 시장 운영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7조 8,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상태를 유지한다면 약 30조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한전의 적자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전기요금체계가 원가주의에 기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전기협회는 지난달 16일 서울 송파구 전기회관에서 세계 에너지 수급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국내외 에너지 현안을 점검하고,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정책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원가주의 기반 전기요금체계 확립 필요성’을 주제로 제4차 전력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원가 기반 전기요금 체계 확립의 필요성’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정 연구위원은 “팬데믹 이후 수요회복으로 인한 수급 불안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국제 연료가격 은 급등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바이유는 2020년 20달러에서 2022년 103달러로 5배, 뉴캐슬탄은 2020년 59달러에서 331달러 5.6배 올랐다. 천연가스는 2020년 약 2달러에서 무려 12.7배 상승한 28 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가스 가격 급등으로 도매 전력시장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해외 주요국은 전기요금을 최대 68.5% 인상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전의 올해 신규 발행 회사채는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회사채 추가 발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가까운 시일 내에 약 23조 원 적자(2022년도 증권사 전망치 평균값)로 자본잠식에 빠질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SMP(전력도매가격)는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요금은 동결했다”며 “올해에도 지속적인 연료가격 상승과 기후환경비용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지난해 도입한 연료비연동제는 물가상승 우려로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 유보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명시적인 기준 마련 △원가변동 요인 적시 반영을 위한 조정요금 상·하한 변동폭 확대 △연동제 미적용 시 손실(잉여)분을 추후 총괄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 포함 등을 제도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정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합리적 비용 분담체계를 마련해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필수 투자 재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합리적 에너지소비 유도 및 효율향상을 위한 투자 촉진이 가능하다”며 “원가기반의 요금원칙 확립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의 발제에 이어 조용성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부회장, 김승완 충남대 교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 등 6명이 참석한 전문가 토론이 펼쳐졌다.

유연백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전기요금이 물가안정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결정해 전력수급 안정은 물론 건강한 전력산업 생태계 조성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제3의 독립규제기관(governance)에서 요금체계 독립성 확보 등 전기요금 제도 및 운영을 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완 충남대학교 교수는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제를 유지할 경우 향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약 1,000조 원에 해당하는 재원이 필요하다”며 “정치, 대중의 선호와 상관없이 전 기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종현상인 가격보다는 앞 단에서 에너지원의 공급 가격을 제어하는 데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게 합리적이다” 라고 밝혔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단기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향을 제언했다. 최 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 원가 요인의 일정 수준은 자동으로 전기요금에 반영하고 연 2회로 전기요금 요금조정 주기를 정례화함과 동시에 연동제 조정요금 상·하한 변동폭 폐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①망 사용료 의 정확한 추산과 반영 ②지역 간 차등요금과 다소비업종 에 대한 요금제 신설 ③HVDC 등 송전망 투자재원의 연차 별 반영 등을 제시했다.

김연화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회장은 “연료비 연동제 등 시장 주의를 기반한 요금결정체계는 꼭 필요하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절약이 시민들의 생활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행동 변화를 위한 정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원가주의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충분한 정보 공유와 소통이 필요하며 해외 사례와 같이 취약계층에 대 한 재정 지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대한전기협회 등 14개 전기관련 단체들은 100만여 전기산업계 종사자들을 대표해 새 정부에 ‘원가주의에 기 반한 전기요금체계 시행’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긴급성명 을 발표했다.

전기산업 종사자들은 “전기 산업 생태계 안정화를 위해 전기요금 결정권을 가진 정책당국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전기요금 문제와 관련한 과도한 정치권의 개입도 자제를 요청한다. 전기요금의 탈정치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값싼 전기요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원가주의에 기반하지 않은 전기요금은 에너지과소비를 부추겨 탄소중립 달성을 실현하기 어려운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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