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가치 높이기 위해 ‘안전’과 ‘기술개발’ 동시에 이뤄내야 할 것"
“원자력 가치 높이기 위해 ‘안전’과 ‘기술개발’ 동시에 이뤄내야 할 것"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2.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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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자력계 종사자들의 기대감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 때문이다. 이에 더해, 세계적 관심사인 탄소중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도 급속하게 확산되는 추세다. 반면,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성 확보와 획기적인 기술개발 등 원자력계 종사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국내 최고 원자력 권위자 중 한명인 정동욱 제34대 한국원자력학회장<사진>을 만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원자력학회장으로서 학회를 이끌어 나가고 계신 운영 방향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원자력학회는 원자력에 관한 학술 및 기술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원자력의 개발, 발전 및 안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전문가들의 학문적 교류의 장으로써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운영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이라는 주제가 국민의 이해 없이는 지속 가능할 수 없는 성격이 있습니다. 이에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언론미디어 등을 통해서 알리고, 원자력 정책에 대해 국민과 정부에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원자력 산업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하기로 했다는 것이 그 의미입니다.
그러나 원전은 항상 ‘안전’ 이라는 명패를 달고 살아야 합니다. 원전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원자력의 역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의 첩경은 에너지 이용의 전기화와 전기 생산의 무탄소 에너지화입니다. 우리가 가진 무탄소 에너지는 재생과 원자력밖에 없습니다. 이 두 에너지를 슬기롭게 조화해서 탄소중립도 하고 에너지도 공급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마음대로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경직성 전원입니다. 반면 전기 수요는 수시로 변합니다. 이에 재생과 원자력의 조합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SMR과 관련해 세계 시장 전망 및 국내 기술 수준,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SMR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재생에너지와 결합하는 유연성도 좋고 안전성도 뛰어납니다. 다만 가격이 높다보니 지금까지는 현실화되지 못했습니다. 최근 모듈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제성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기술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라는 소형원전 기술을 이미 개발했습니다. 여기에 모듈화 기술을 더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SMR을 만들 수 있습니다.

2022 춘계학술발표회를 개최하셨습니다. 현장 분위기와 주목받았던 논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3년 만에 열린 대면 학술대회인데다가 새로운 정부의 출범으로 원자력에 대한 정책변화의 기대감이 컸었던 탓인지 1,700명이 넘는 참가 인원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현장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13개의 워크숍이 열렸는데, 가정 주목받은 워크숍은 ‘SMR 워크숍’과 ‘윤석열 시대의 원자력 과제와 전망’을 논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17개 대학 원자력학과의 신입생이 34% 급감하는 등 원자력 전공 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결 방법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신입생이 감소한 이유는 원자력에 대한 비전이 상실됐기 때문입니다. 문 닫는 산업을 공부하는 학과에 자식을 보낼 부모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연구를 하고 싶은 학생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비전 상실로 학생이 오지 않는 것을 탓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비전을 복구하는 것이 원자력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에 비전이 원자력에 주어졌습니다. 바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제와 이를 위한 원자력의 이용입니다. 비록 주어진 비전이지만 이를 비전을 유지하고 달성하는 것은 오로지 원자력에 종사하는 자들의 몫입니다. 현재의 원전은 안전하게 운전하고 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그러면 학생들은 저절로 오게 됩니다.

체코, 폴란드 등 해외 신규 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해외 수주의 의미와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원전 수출은 단순히 상품 하나를 파는 의미를 넘습니다. 프로젝트의 규모가 원전 하나에 수조가 넘는 것은 물론이지만, 원전을 수출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뉴스가 됨과 동시에 가만히 앉아서 국가 홍보가 됩니다. 원자력 기술이 국격의 기술인 것입니다. 원전 하나 팔자고 각국의 수반들이 나서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원전 수출은 기술이 반이고 외교가 반입니다. 원전 수출은 계약에서부터 마지막 폐로까지 보면 거의 100년에 걸쳐 이어지는 거래입니다. 원자력은 일반적인 상품 수출과 다를 뿐 아니라 외교 관계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한미 원자력 수출 협력을 활용하는 외교력을 발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정동욱 학회장이 2021년  9월 26일 서울역 앞에서 원자력 살리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원자력학회 제공

 

원전 18기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와 주의할 점을 말씀해주십시오.

원전 계속 운전은 가장 효과적인 탄소중립 달성 방안으로 국제에너지기구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리 2호기는 600MW 원전인데, 1년에 고리 2호기를 이용해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는 석탄화력 대비 380만 톤이나 됩니다. 계속운전에 드는 정비보수비용은 건설비에 비하면 훨씬 저렴합니다. 그러니 원전의 계속운전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계속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많은 원전이 초기 운영허가 기간을 넘어서 계속운전을 하고 있습니다만 철저한 안전성 평가로 계속운전이 국민에게 우려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원전 해체산업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현안 평가 및 미래 청사진 제시를 부탁드립니다.

사람도 언젠가는 죽듯이, 비록 무생물이지만 어떤 인조 발명품도 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원전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해체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고 해체 산업은 언젠가 때가 옵니다.
원전의 계속운전으로 해체 산업의 때가 조금 미뤄졌다고 봅니다. 그러니 고리 1호기 해체를 바탕으로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때를 기다리면 될 것입니다. 다만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서는 고리 1호기 내부에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서 별도로 보관해야 합니다. 해체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원자력발전 확대에 따른 주민 수용성과 사용후핵연료 처분 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해결 방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없이 원전의 지속적인 이용은 불가능합니다.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서도 원자력을 이용하되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2050년까지는 해결하라고 촉구한 이유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기술적 문제보다는 수용성의 문제가 큽니다. 이미 핀란드에서는 처분장이 거의 준공돼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한 이유로 처분장 건설에 반대하는 반원전 그룹의 주장이 있습니다. 원전 반대의 근거로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을 듭니다. 그러니 위험한 물질이니 땅속 깊이 묻어서 우리가 사는 생활공간과 격리하자는데 반대해서는 안 됩니다.

당장 우리 앞에 떨어진 위험은 기후변화입니다. 이 위기에 대응하고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디아블로 캐년 원전 폐쇄를 주장하던 사람들마저 주장을 철회하고 원전 이용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진정 환경을 생각한다면 어떤 포지션에 있어야 할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전기저널 구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5년간 원자력 분야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산업계에 계신 분들은 구조조정도 당하는 등 특히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원자력학회는 물론, 많은 전기업계의 전문가들이 탈원전의 불합리성을 얘기하고 원전 이용의 불가피성을 피력해 주신 덕분에 원자력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인식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국민 인식의 향상이 없었다면 오늘의 원자력정책 전환은 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원자력이 국민의 에너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주마가편의 조언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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