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ISO의 신재생에너지 대응전략
미국 주요 ISO의 신재생에너지 대응전략
  • 김임정
  • 승인 2022.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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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정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

 

개황

태양광과 풍력은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다. 이들은 석탄화력, 원자력 같은 기존 발전원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가지는데,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변동성이란 t라는 현재 시점에서 t+1이라는 미래 시점을 비교할 때 변화하는 정도이고, 불확실성이란 t+1시점에서 나타난 값이 예측치를 벗어난 정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태양광과 풍력을 변동성 재생에너지(Variable Renewable Energy, VRE)라고 칭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변동성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에 수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도전과제를 재생에너지 비중에 따른 단계별로 구분하여 정책제안을 한 바 있다. 정부의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도 이 사항은 인용됐다.

 

재생에너지의 보급 속도는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모두 포함한 전원 비중이 7.4%인데, 재생에너지 선도국들에 비하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치다. 향후 탄소중립 달성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증가한다고 볼 때, 재생에너지의 성공적인 전력 계통 연계를 위해서 상술한 도전과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은 광활한 국토를 다수의 계통운영 주체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계통운영자인 MISO, ERCOT, CAISO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계획하고 있는 단계별 재생에너지 보급계획과 유사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CAISO의 2018년 기준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은 22.6%인데, 이는 ‘제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2034년 목표로 하고 있는 22.2%와 유사하다. 이런 차원에서 미국 주요 계통운영자들이 재생에너지 계통 병입을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벤치마킹을 해 볼 필요가 있다.

현황 또는 동향

가. 미국의 계통운영 체계

미국은 1996년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의 행정명령 888호 및 889호를 통해 송전망 서비스의 비차별적인 이용을 위한 독립계통운영자(ISO)를 만들었고, 이어 1999년 행정명령 2000호를 통해 주(州)간 광역 송전 체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지역송전기구(RTO) 설립을 권고했다. 이러한 ISO/RTO 체계가 전력계통 운영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거시적으로 볼 때 미국은 3개의 주요 연결체(Interconnection) 로 구성되는데, 로키산맥 동쪽 지역 및 북텍사스 일부지역을 관할하는 동부 연결체, 로키산맥 서쪽지역을 관할하는 서부 연결체, 그리고, 텍사스 대부분의 지역을 관할하는 단일 연결체인 ERCOT이 그것이다. 

전력계통의 수급균형은 지역별로 66개의 BA(Balancing Authority)가 담당하고 있는데, 모든 ISO/RTO 및 일부 유틸리티가 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BA는 실시간으로 수급 균형을 관리하며 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BA는 상황에 따라 타 BA와의 전력융통을 시행하며 북미 전기 신뢰도 기구(NERC)의 신뢰도 규정에 따라 계통 운영 및 감시를 담당한다.

나. 미국의 재생에너지 현황 및 특징

미국 에너지부(DOE)는 격년마다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통합 데이터 자료를 공표하는데, 최근 2020년 말에 발표한 자료를 통해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계통운영자별로 다양한 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으나 지역 특성에 따라 특정 재생에너지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재생에너지 보급을 선도하고 있는 CAISO의 경우 상대적으로 태양광 보급이 활발하며, ERCOT, MISO, SPP 같은 경우에는 풍력 자원 이용이 활발하다. 이는 지역적으로 재생에너지 자원분포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계통 측면에서 본다면 태양광과 풍력은 다른 형태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광 중심의 CAISO에서는 주간 시간대 순부하와 실부하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덕커브(Duck Curve)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둘째, 유틸리티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보급은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이다. 2012년 기준 22.6GW였던 저장장치 용량은 2018년 23.7GW로 약 5% 증가에 불과했다. 전기에너지의 저장수단의 핵심은 여전히 양수발전이 차지하고 있다.

셋째, 변동성 재생에너지로 인한 계통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력시장에서 빠른 응동을 요하는 속응성 자원의 필요 정도로 알 수 있는데, 3시간 이내 증감발 소요량이 수십 GW에 이를 정도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넷째,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비한 유연성 자원을 보조서비스(Ancillary Service) 시장을 통해 확보하고 있는데, 이러한 보조서비스 체계와 가격이 계통운영자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보조서비스의 종류에는 운전 예비력, 정지 예비력, 주파수 조정 예비력 등이 있다. 주파수 조정 예비력의 경우 시장에 따라 상방과 하방을 구분하여 판매하기도 한다.

다섯째, 변동성에 대비하기 위한 핵심기술인 발전출력 예측 기술의 발전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풍력의 경우 ERCOT의 과다 예측오차는 2012년 7.5%에서 2018년 5.6%로 감소했으나, MISO의 경우에는 2014년 5.5%에서 2018년 9.8%로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CAISO의 태양광 예측 오차는 과소예측의 경우 2013년 13.1%에서 2018년 6.3% 으로 감소했으나, 과다예측의 경우 2013년 2%에서 2018년 3.6%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풍력발전의 하루전 발전량 최대 과다 예측은 MISO 62.6%, ERCOT 36.3%, 최대 과소 예측은 MISO 48.2%, ERCOT 38.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MISO의 재생에너지 필수요건 이니셔티브(Renewable Imperative Initiative)

MISO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나 점진적인 증가에 따른 계통 신뢰도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으로 인해 출력 동요(fluctuation)와 출력제한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 발전 및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비상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가용 가능한 모든 발전기에 급전지시를 해야 하는 상황인 MaxGen 경보가 2015년 이전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다가 2020년 겨울에만 5차례 발생하는 등 간헐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MISO는 변화하는 계통 상황에서 신뢰도 확보를 위한 업무 및 책임을 ‘신뢰도 필수요건(Reliability Imperative)’을 통해 정의하고 있다. 신뢰도 필수요건에서는 ①시장 재정의 ②시장 체계 강화 ③미래의 운영 ④장기 송전 기획의 4대 업무 영역을 지정하고 그에 따른 액션 플랜을 설정했으며, 2020년 12월 제정 이후 ‘살아 있는’ 문서로서 꾸준히 갱신하고 있다.

라. ERCOT의 간헐성 재생자원(IRR) 연구

ERCOT은 재생에너지의 특성을 세 가지로 규정하고 그에 따른 시장 및 기술 기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첫 번째 특성은 변동성이다. 변동성이 야기하는 문제는 첫째, 전력공급이 간헐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전원이 기저발전(Base Point)을 담당하고 재생자원이 부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변동성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ERCOT은 예비력 서비스(Regulation Service)를 활용해 변동성을 보완하고 있다. 둘째, 대규모 돌발 증감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풍력자원의 경우 순간적인 증감발이 발생할 수 있는데, 조정 예비력을 통해 순부하 변화를 관리하고 정지(non-spin) 예비력을 통해 급작스러운 증감발에 대비하고 있다. 추가로 재생에너지의 증감발 속도를 정격 용량의 2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셋째, 발전량의 불확실성이다. 발전량 예측 실패는 곧바로 수급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는데, 풍력 비중이 높은 ERCOT은 예측 정확도 향상을 위한 기상측정 타워 설치, 풍력 터빈 및 인버터 상태 실시간 모니터링, 저장장치 활용 등을 대책으로 상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두 번째 특징은 분산성이다. 분산성이 야기하는 문제는 첫째, 장거리 송전 및 혼잡으로 인한 송전 제약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ERCOT은 10MW이상 신규 발전기 접속에 대해 계통 영향 평가를 시행하는 종합 접속 평가(Full Interconnection Study)를 통해 송전 제약 최소화 노력을 하고 있다. 둘째, 차동기 공진 문제다. 차동기 공진이란 전력계통과 터빈 발전기 간의 상호작용으로 특정한 운전 조건하에서 터빈 발전기 축의 진동이 증폭돼 발전기 손상으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사실상 모든 터빈 발전기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나 터빈형 재생 발전설비와 관련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ERCOT은 신규 발전 자원에 대해 1차적으로 공진 여부를 체크하고 필요시 송전사업자가 취약성 평가를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사전 계획 단계인 발전자원에 대해서는 연간 리뷰를 시행하고 있다. 세 번째 특성은 기존 전원과 다른 기술적 특징들이다. 첫째, 재생자원은 비동기 발전원이다. 따라서 계통에 필요한 무효 전력을 제어할 필요가 있는데, ERCOT은 재생자원에 대한 무효전력 출력기준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다. 둘째, 조속기 제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파수 안정을 위해 조속기에 준하는 장치 구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여러 가지 대책외에도 ERCOT은 풍력발전 예측기술과 속응성 예비력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ERCOT은 전원 구성상 풍력 비중이 높기 때문에 풍력 발전량 및 증감발 예측을 통한 신뢰도 대응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0년 3월 전력시장에 속응성 주파수 반응(Fast Frequency Response, FFR)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FFR은 주파수가 59.85Hz까지 떨어졌을 때 15cycle 이내 응답하거나 급전 지시 후 10분 이내 응답하고, 15분 이상 또는 계통주파수가 59.98Hz 이상이 될 때까지 유지해야 하며, 복귀 후에는 15분 이내 공급능력을 복구해야 한다. 현재까지 FFR로 활용 가능한 자원은 배터리 저장장치가 유일하다.

마. CAISO의 재생에너지 통합(Renewable Integration) 연구

CAISO는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을 관할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다섯 가지 도전 과제를 정의하고 있다. ①초과 공급량 관리 및 출력제한 최소화 ②Negative price(전력가격이 0 이하인 경우로 공급 과잉시 발전사업자가 판매사업자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전력을 판매하는 경우) 발생 빈도 증가에 따른 대책으로 수요반응 및 에너지 저장장치 확대 ③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이 증가하는 시점에 NERC의 수급균형 기준 위반이 발생 함에 따른 대책 마련 ④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공급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예측기술 개발 ⑤사고시 운전계속(Fault Ride Through, FRT) 규정 강화 및 위반 사례에 대한 제재 등이다.

이러한 도전과제에 대한 대책으로는 ①에너지 저장장치 참여 확대 ②서부 에너지 임밸런스 시장(Energy Imbalance Market, EIM) 확대 ③전력망 상황에 따라 수요 증가/감소 양방향을 활용하는 수요반응 ④비용 효과적이며 신뢰성 있는 지역시장을 통한 다양한 청정에너지 자원 제공 ⑤청정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와의 매칭을 위한 계시별 요금제 활용 ⑥전력망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전기차 충전 시스템 활용 ⑦기존 발전기의 최소 운전 수준을 낮춰 재생에너지 발전 여력을 늘리기 위한 방안 연구 ⑧수요의 급격한 증감에 대비한 속응성 자원 투자 등이 있다.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장 기반의 해법에 주력하고 있다. 첫째, EIM 규모 확대를 통해 출력제한을 해소하고 있다. EIM은 CAISO 관할지역 외의 BA간 연계력 확보를 위해 조성한 실시간 전력 도매시장이다.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EIM을 통해 경제급전의 원칙에 따라 변동비가 낮은 재생에너지 초과 발전량의 지역 간 거래로 출력제한을 해소하고 있다. 2014년 개장이후 참여 유틸리티에 11억 8,000만 달러의 편익이 발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참여 사업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둘째, 전력시장에 유연 응동 상품(Flexible Ramping Product, FRP)을 도입했다. FRP는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감발 속도 증가를 보조하기 위한 서비스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불확실성으로 시점 간 상하방 격차가 커짐에 따라 속응성 증감발 자원이 필요하게 됐는데, 이를 기존의 예비력 자원으로 보조할 경우 높은 비용으로 인해 시장 비효율을 초래하게 된다. FRP 서비스는 특정 구간이 아닌 두 시점 사이 구간 변화에 필요한 용량으로 필요시 급전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자원을 말한다.

전망 또는 향후 계획

이상과 같이 미국의 ISO/RTO의 변동성 재생에너지 대응을 위한 전략을 살펴봤다. 크게 세 가지로 요약이 가능할 것이다. 첫째, 우선은 전력시장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큰 기술개발에 의존하기 보다는 필요한 상품을 설계한 후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CAISO의 유연 응동 상품이나 ERCOT의 속응성 예비력 자원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둘째, 관련 기술 개발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특히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출력 예측기술이 중요하다. 다만 아직 구현된 수준은 낮고, 특히 1년 8,760시간 동안 한순간의 오류 없이 수급균형을 맞춰야 하는 전력시장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예측 정확도를 요하므로 아직 확실한 대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으로는 예비력 자원으로서 저장 장치가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성 확보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소비측의 Fast DR 같은 자원 활용도 병행하여 검토되고 한다.

셋째, 정책 기반의 전략이다. 주요 ISO들은 일정 규모의 이상의 발전설비에 대해 계통 특성에 따른 영향평가를 시행하고 필요한 자원을 도출하고 있다. 또한 대외 연계력 확대를 통해 출력제한 해소 및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그러나 변동성 전원의 증가는 전력계통에 필연적으로 문제를 야기한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며 재생에너지 확대 초기단계인 지금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임정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 keaj@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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