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 배성수 기자
  • 승인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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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기산업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인 동시에 국민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핵심 인프라다. 전기산업 생태계가 과거 전력공급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성장했다면 이제는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 국가교류 등의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나가며 발 빠른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및 전력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을 만나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정의로운 전환과 전기산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탄소중립 시대에 전기계의 역할과 대응전략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수소 연료전지 등 사업 영역에 대한 고민이 많으실 것같습니다. 국내 부존자원, 전원구성, 제도적 여건 등을 감안한 대응책 마련에도 힘을 쏟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전체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손실을 최소화하며 공정한 노동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공동 대응체계입니다.

공동 대응을 통해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목표에 다가서고 공공부문을 주축으로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의 축적된 신재생 발전 노하우와 기술역량을 활용해 신성장 동력의 발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 등 전력그룹사의 역할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 믹스, 대규모 입지조성과 송전망구축, 일자리전환 등의 과정에서 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중심입니다. 기업들이 외국으로 이전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합니다. 또한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들어갈 천문학적인 비용은 지금부터 준비해도 이미 늦은 감이 있습니다. 늦었지만 노사정, 전문가 그룹이 모여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관련해 전력계통 및 전력수급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해결 방안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상향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6.3% → 40%)를 발표했습니다. 장 · 단기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을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튼튼한 전력계통이 뒷받침돼야만 합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까지 전달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장 큰 문제인 간헐성이 핵심입니다. 전력의 수급불균형 문제를 경계해야 합니다.

유럽과 북미지역의 경우 국가 간 전력망이 연계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에너지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른 국가 · 지역별 전력수요량이 다르기에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활용해 전력계통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전력계통 및 전력수급의 안정성,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관점에서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의 역할을 재검토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공공성 확보와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탄소중립 이면에 석탄화력발전 감축으로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들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와 국민경제, 에너지 인프라의 현실을 고려한 정책을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와 함께 수립해야 합니다. 그동안 환경과 경제 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었지만 노동의 변화에 대해서는 무감각할 정도로 무심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전환의 결과가 노동자, 지역주민 등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할 것입니다. 특히 탄소중립 정책이 없었다면 영향이 없었을 피해를 사회적으로 나누어 부담하고 그것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전환 과정에서 누리는 편익의 정도는 집단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므로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 취약집단의 경우 적은 편익을 누리고 큰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선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한 고용불안에 대한 대응이 과거 IMF 사태와 같이 구조조정 사업장이 발생할 때마다 내놓았던 대책과 유사하다거나, 전환 과정에서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여 재취업을 지원하겠다는 등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지만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추상적이고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석탄화력에서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를 재생에너지 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우선 전환해 직무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립 과정에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중앙정부와의 노정 교섭과 같은 사회적 대화가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22년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당 총수로서 새로운 정부가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개념은 1970년대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조 지도자였던 토니 마조치가 최초 제안했고, 2000년대 들어 국제노동기구인 ILO가 이를 노동운동 전략으로 공식 채택하고 줄기차게 요구해온 끝에 2015년 UN 기후변화회의에서 파리기후협약 전문에 ‘정의로운 전환’이 담기게 됐습니다.

초창기에는 환경보호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를 지원하는 정책 정도로만 인식됐지만, 지금은 그 의미가 확장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전 세계 정부가 이를 자국 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2019년 5월 수립한 3차 녹생성장 5개년 계획에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중요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과 같은 이해관계자의 직·간접적인 피해를 사회적으로 분담하며, 취약계층 보호와 같은 공공성을 지키는 산업의 전환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정부는 이해관계자와 함께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2020년 발의하신 전기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취지와 중요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기산업은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인 동시에 국민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전기산업 생태계가 과거 전력공급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춰 성장했다면 이제는 4차 산업혁명·국가교류 등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전기산업 발전을 견인할 법률적 기반이 마련돼야만 맞춤형 지원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기분야는 전기사업법·전기공사업법·전력기술관리법 등 몇 가지 개별법 틀 안에서 운영돼 왔습니다. 국가 핵심 에너지인 전기가 갖는 국가적·사회적 중요성이 큼에도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산업정책관리를 위한 근거 법령이 부재한 상황인 것입니다. 이에 다른 주요 인프라 산업처럼 전기산업에 대한 기본개념에서부터 주요 정책방향,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정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본법 마련이 필요합니다.

전기산업기본법 제정은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전기산업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지원과 육성에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함으로써 전기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국민경제와 국민 복리향상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도의 정의와 기대효과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비상임이사 중 1인에 대해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자는 것으로 이는 2017년부터 서울시와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중인 제도를 공공기관에 한해 도입을 법제화 하자는 내용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의 투명성과 공익성, 나아가 공공기관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민주적 운영과 책임성을 높이자는 의미입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자 했던 배경은 무엇보다도 공공기관 고유의 설립목적을 도외시한 정권의 치적 쌓기에 동원돼 고유기능을 상실하거나 심지어 부실해져 국민의 부담으로 돌려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이명박 정부당시 무분별한 자원개발에 석유공사를 비롯한 공기업을 동원하면서 많은 공공기관이 막대한 손실을 봤고, 심지어 석유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임직원 임금삭감, 본사건물 매각 등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광물자원공사의 경우는 광해공단과 통폐합되면서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게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의 투명한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실제 서울시의 노동이사제에 대한 한국노동연구원의 평가연구에서는 노동자를 대표하는 이사가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면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고, 현장의 목소리와 노동의 관점을 이사회에 전달하면서 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으로서 충실한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단초가 될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습니다. 현장에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 노사차원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은?

이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영책임자를 실형에 처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업과 경영진의 관심과 노력을 촉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이를 경영진의 책임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도 함께 산업안전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며 높은 안전의식으로 사고예방에 힘을 보태야 합니다.

끝으로 전기업계 종사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탄소중립이 노동자와 지역사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됩니다.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전환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피해를 함께 분담하면서 천문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전환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만 합니다. 노동조합이 기후변화 의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공공성 강화와 지속가능한 전환을 함께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다양한 정책의제를 던지며 정의로운 전환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배성수 기자 bss@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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