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제조기업 경영인으로 살고 싶다”
“다시 태어나도 제조기업 경영인으로 살고 싶다”
  • 이훈 기자
  • 승인 2022.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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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봉주 평일 회장

수입 오퍼상으로 시작,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중심 회사로 키워
80년 인생, 한 권의 책에 담아 … ‘벼랑길 50년 찬가’ 회고록 출판

‘멘토’경험과 지식이 많아서 신뢰할 수 있는 스승을 뜻한다. 멘토를 통해 그가 살아온 인생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듣거나 읽는다면 가려는 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입 오퍼상부터 전 세계가 인정하는 기술 중심의 제조회사로 성장한 평일을 50년 동안 이끌어온 김봉주 회장<사진>이 ‘벼랑길 50년 찬가’라는 회고록에 그의 인생 역경을 담아내고, 후배들에게 메시지도 전했다.

“창업을 선택한 것은 그 길이 쉬워서가 아닙니다. 더 자유롭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겁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평일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은 창업 이유에 대해 설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1970년 27세라는 젊은 나이였던 김 회장은 첫 사업으로 각종 전기 기자재를 수입해 판매했다.

“증조할아버지는 한학자셨고 아버지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저희 집안은 사업과는 무관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해 전기 분야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배움에 목마른 가풍은 제 삶과 경영방침에 많은 영향을 줬습니다.”

이런 가풍의 영향으로 김 회장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전기분야와 관련된 공부를 끊임없이 할 수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간단한 전기용품도 취급했지만 발전소의 시스템처럼 복잡한 상품도 있었습니다. 가볍게 공부해서 는 세계적인 기업과 대한민국 정부를 연결할 수 없었습니다.”

김 회장의 끊임없는 공부는 제조분야로도 이어졌다. 1980년대부터 전기용품의 직접 생산에도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이다. 우선, 경기도 양주에 공장을 준공했다. 6,612㎡ 규모로 시작된 양주 공장은 몇 차례에 걸쳐 확장했다. 일대의 토지를 모두 매입한 결과 2020년 기준 양주공장은 3만 3,636㎡ 로 20여 년간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제조기업으로 전환하면서 연구개발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 시기 평일에게 중요한 파트너인 에라스티몰드와 기술 제휴를 맺게 된다. 에라시트몰드는 케이블 접속재의 한 우물만 파오면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오른 기업이다.

“에라스티몰드에서 14년간 전기 분야에 대해 많은 걸 배웠습니다. 에라스티몰드는 제가 마음대로 기계 설비를 구경하도록 허락했고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줬습니다. 평일이 제조기업으로 거듭나고 국제무대에서 경쟁하게 된 지금도 에라스티몰드를 평일의 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성장한 평일은 지상설치 변압기 및 지중 개폐기의 국산화를 선도함은 물론, 한국전력의 배전 지중화 사업에도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96년 배전용 폴리머 현수애자를, 2002년 원자력 발전소용 전기관통구를 국산화함으로써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으며, 2010년 송전용 폴리머 현수애자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한국전력에 공급함으로써 송배전 가공선로의 혁신을 이룩했다.

이 밖에도 1984년 SF6가스 개폐기용 접속재, 1994년 전력구용 조립형 접속재, 가공 배전선로 무정전 공법용 기자재, 1997년 ABC방식 주요 자재, 2005년 저압 케이블 접속함, 2006년 지중 무정전 공법 등을 개발했다.

이렇게 몇 십년동안 바쁘게 살아오다보니 가족에게는 소홀했을 터.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일에 전념하느라 가족에게 소홀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저 미안한 따름입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다시 태어나도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인생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걸어나갈 뿐입니다. 사업에도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저 계속 전진할 뿐입니다. 제조업을 하는 기업인의 유전자는 아주 특별합니다. 구성이 매우 복잡해서 유별한 게 아니라 너무 단순하기 때문에 특별한 것입니다. 제조업으로 유명한 기업인들은 대부분 꾸준한 노력가들입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책을 통해 대한민국의 작은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것을 당부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최고 공헌자라고 생각합니다. 평일도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탠 기업입니다. 제조업은 정직한 산업입니다. 신경을 집중하고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옵니다. 그렇다고 기술 국산화는 국수 뽑듯이 주문한다고 쭉쭉 나올 수는 없습니다. 정부는 기업이 최선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기업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해야 합니다.”

이훈 기자 hoon@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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