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계통 혁신방안에 거는 기대
전력계통 혁신방안에 거는 기대
  • 박경민
  • 승인 2022.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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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실현과정에서 에너지전환은 불가피하다. 다른 에너지원은 차치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재 가장 높은 발전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탄화력의 대체는 필수적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원에 대한 확대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전력계통이다. 생산된 전기를 수요지까지 보내는 송변전설비 확충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 지역와 전기 소비지역이 달라 송전철탑, 송전선로, 변전소 등 계통설비 건설이 필요하다. 20219월 기준 수도권의 전력소비량은 194,118GWh. 반면 발전량은 134,771GWh에 불과하다. 필요한 전기의 약 69%만 생산하는데 그치고 있다. 나머지 30%는 다른 지역의 원전, 석탄발전, LNG발전 등에서 보내오는 전기를 사용한다.

과거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할때는 이러한 전력계통도 함께 계획되어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발전설비 계획이 들어가고, 여기에 따라 계통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수용성 문제나 비용문제 등도 대형 발전사업자와 한전이 함께 논의하며 풀어나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이 점차 확대되면서 이러한 추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단 재생에너지 설비는 건설기간이 짧다. 태양광 발전소는 건설 계획부터 완료까지 2년 남짓한 시간이면 된다. 풍력발전 역시 길어야 3년이다. 반면 전력계통은 예산확보와 배전선로 건설, 변전소 건설 등까지 최소한으로 잡아도 5년이 걸린다. 날씨 상황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계통을 안정화하고 보호하기 위한 투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재생에너지 자원도 계통 확충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현재 호남권에 우리나라 태양광, 풍력 설비의 약 40%가 밀집되어 있다. 전력망 보강에 대한 수용성 문제가 불거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전력계통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전력망을 적기에 확충하고 유연한 운영을 도모하며, 전력망 기반을 혁신해 전력망 체증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정부는 장기간 소요되는 송전망 건설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력망 보강에 필요한 비용을 약 78조원으로 추산하고 전국/지역별 최대수요 추정, 신재생에너지 용량 예측, 분산전원 확대 등을 반영해 전력망 보강 로드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력계통 패러다임은 선 전력망 후 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전력망 보강계획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이나 발전 허가시 적극적으로 반영해 발전소-계통 간 건설기간의 괴리를 줄여나가겠다는 복안이다.

신속한 전력망 건설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나선다. 주민과 지자체 참여 활성화를 위해 송변전설비 입지선정위원회를 법제화하는 한편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주민지원사업 비율을 상향해 주민 수용성 강화도 꾀한다.

재생에너지 자원이 전력망에 많이 들어와 생기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도 준비된다. 실시간 원격제어가 가능한 통합관제시스템 구축에 착수하고, 관련 장비 개발도 추진한다. 전력망 효율화를 위해 선 접속 후 제어 방침을 기본으로 접속용량 상향 및 필요시 원격제어를 통해 관리하는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고, 전력수급 불균형 시 출력제어의 원칙과 대상 등 기준도 정할 계획이다. 제주도 풍력발전 출력제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과도한 출력제어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기회비용 보상과 계통 변동성 유발에 대한 책임 측면에서 합리적 보상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아울러 ESS(1.4GW) 구축, 양수발전(1.8GW) 건설 등 계획된 유연성 자원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복잡해지는 계통망 관리를 위해선 배전망운영자(DSO) 도입과 이에 따른 공정하고 중립적인 망 운영을 위한 배전감독원 설립, 계통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개별기구 필요성도 추진·검토한다.

이밖에 지역 그리드 정착, 수요분산, 시장 매커니즘 강화 등 전력망 기반 구축방안도 실행한다. 권역별 전력수급 균형을 이루는 전력망 구축 방안을 검토하고, 특정 지역에 편중된 전력망 수요의 분산을 촉진하기 위한 전력계통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내재된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한 시장제도의 단계적 도입, 연구개발 및 인력양성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전력망 운영의 고도화가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무한정 전력의 공급을 늘리고 여기에 계통설비를 보강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효율적인 전력소비문화를 정착해 불필요한 에너지사용을 줄임으로써 설비에 대한 과잉투자를 방지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접속설비를 공동으로 투자해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할 필요도 있다. 질서있고 규모있는 변화를 통해 다가오는 탄소중립시대에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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