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통 복원력 관련 미국 정책 동향과 국내 현황 검토
계통 복원력 관련 미국 정책 동향과 국내 현황 검토
  • 조호진
  • 승인 2020.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호진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일반연구원

❶ 개황

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재난의 증가와 전력산업의 영향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인한 재해/재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글로벌 재해/재난의 발생 건수가 지난 30년 대비 약 4배 이상 증가했으며, 경제 발전에 따른 도시 · 산업화로 인해 재해 피해 규모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재해/재난은 전력산업 부문에 있어 발전소의 가동중단, 송 · 배전망의 손실 유발, 대규모 정전 등의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발생한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및 미국 동남부에 정전을 발생시켰던 허리케인 ‘플로랜스’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피해의 원인은 전력산업의 특징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 전력산업은 수직적인 단일유통(연료공급 → 발전 → 송전 → 배전)의 형태를 가지고 있어 재해/재난에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러한 재해/재난에 대한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대규모 사고를 예방하거나 사고 발생 후 신속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계통 복원력(Grid Resilience)으로 정의하고 이를 향상하려 노력 중이다.

 

나. 계통 복원력의 정의

일반적으로 과거 복원력의 사전적 의미는 정전 발생 후 전력을 재공급하는 능력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경우 계통 복원력을 정전 발생 이전의 예방 차원까지 확장해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美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인 FERC(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2018년 1월 복원력을 ‘정전의 예측 · 대응 · 피해감소 및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해 ‘파괴적인 사고의 규모 및 기간을 줄이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복원력은 전력산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계통 신뢰도(Reliability)의 개념과 일부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하지만 복원력은 재해/재난 발생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능력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대규모 광역 정전을 중점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신뢰도와 차이가 있다. 한편 미국의 규제기관인 FERC는 신뢰도와 복원력의 명확한 개념 비교를 위해 규모 · 대응 · 계획 차원에서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❷ 복원력 향상을 위한 미국 기관별 동향

현재 계통 복원력에 대해 가장 활발하게 논의 중인 미국에서도 복원력을 평가하고 규제하는 담당 기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연방정부, 州 정부 및 유틸리티 등과 같은 미국의 전력산업 이해관계자들은 복원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중 연방 규제기구 및 계통운영자의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에너지부(DOE)

2017년 9월 에너지부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전력공급 측면의 계통 복원력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복원력 향상을 위한 발전소 보조금 제도 수립을 FERC에게 권고했다.

권고된 제도는 연료의 공급이 90일 동안 마비되었을 때 전력을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발전사업자에게 평상시 연료 확보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제도였다. 이러한 권고와 관련해 FERC는 연방전력법(Federal Power Act, FPA) 상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며 특정 발전설비(석탄/원자력)에만 특혜가 주어질 수 있음을 이유로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권고된 제도는 신설되지 않았으나 FERC는 에너지부의 복원력 향상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 복원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각 전력 기관들에게 복원력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고 복원력 고려를 지시했다.

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2018년 1월 FERC는 지역별 복원력에 대한 이해 수준을 검토하기 위해 지역/독립송전계통운영자(RTO/ISO)에게 복원력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이러한 요청사항은 복원력에 관련된 약 30가지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향후 위원회의 추가 조치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였다.

해당 절차에 대해 RTO/ISO는 복원력에 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정책 차원에서의 복원력의 정의, 평가방법 및 법적 보상방안 등에 대한 기준을 FERC에게 요청했다.

다. 북미 신뢰도위원회(NERC)

이러한 FERC의 조치와 관련해 북미 신뢰도위원회는 2018년 5월 ‘신뢰도 기준 내 복원력의 개념이 포함돼 있으므로 신뢰도를 통해 복원력을 고려 ·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복원력의 개념이 신뢰도에 포함되어 있음을 보이기 위해 공급적정성 기준(Adequate Level of Reliability, ALR)을 재정의하고 복원력 프레임워크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라. 유틸리티(Utility)

유틸리티의 경우는 재해/재난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주체로서 정책과는 무관하게 가장 적극적으로 복원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캘리포니아 유틸리티인 PG&E의 경우 대규모 산불 화재 이후, 산불 안전운영센터를 설립하고 산불 발생이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제도(Public Safety Power Shutoff, PSPS)를 통해 피해경감과 같은 재해 대응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유틸리티는 州 정부 및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blic Utility Commission, PUC)와 협력해 복원력 로드맵과 같은 중장기 복원력 향상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복원력 강화를 위한 실증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의 유틸리티인 ComEd(Commonwealth Edison)의 경우 상업용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계통 격리를 통한 정전방지 능력을 입증했다. 그 외에도 유틸리티간의 협동조합을 구축해 재해/재난에 대한 대응 차원의 전력 설비 및 인력자원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마.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국립재생에너지 연구소인 NREL은 복원력 향상 방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군사지역, 병원 등과 같은 중요 지역에 지역별 재난과 계통 취약성을 평가 · 분석했다. 이를 통해 복원력 향상 방안 및 우선순위를 제공하는 TRN(Technical Resilience Navigator)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TRN 프로그램은 재해/재난의 범위를 산불, 태풍, 지 진과 같은 자연재해부터 사이버, 물리적 공격 및 인적자원 유실로 인한 재난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재해 발생 시 발생할 수 있는 계통운영 상의 문제점과 설비 노후화 등을 취약점으로 식별해 평가한다. 대표적인 취약점으로는 송전선로 부족, 배전망 노후화, 홍수 · 화재 관련 대비 미흡, 건조화가 심한 지역, 재해 대응 매뉴얼의 부족, 비상상황 대응 인력의 부재 등이 있다.

리스크 평가의 경우 재난 피해규모 및 해당 지역의 취약점 발생 가능성을 기반으로 수치화해 재난이 발생할 확률과 그로 인한 계통의 사고 발생확률, 그 피해 규모를 모두 고려한 뒤 리스크를 평가한다.

향상 방안의 식별은 해당 지역의 리스크, 적용 난이도 및 비용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리스크 완화 방안별 비용, 적용 난이도,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지정한다. 이러한 절차에 있어 TRN 프로그램은 리스크 계획팀을 구성해 해당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문헌 조사와 이해관계자와 협업을 진행한다. 이렇게 산정된 향상방안은 군사기지와 같은 주요 지역에 우선적으로 적용한다. 아래 그림의 원의 크기는 개선 효과를 나타낸다.

❸ 국내 복원력 대응 현황

가. 규제체계 및 복원력 관련 논의 현황

국내 전력계통의 운영은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 고시를 통해 계통 신뢰도를 관리함으로써 운영되고 있으며 해당 고시에 따르면 신뢰도는 ‘전력계통의 정상상태 또는 상정사고 발생 시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급 적정성과 고장 시 견딜 수 있는 계통 안정성’을 의미하고 있다. 또한 고시에서 전기품질, 상정 고장, 계통 복구, 보호 시스템, 발전 · 송전 · 배전 등 설비별 신뢰도에 대한 각각의 기준을 정해 고장대응 방안과 정전 시 지역별 세부 계통 복구계획을 수립하여 계통을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재해/재난에 대한 전력 설비 복구절차 운영안 및 전력 관제체계 구축 등을 통해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는 고장대응 방안 및 정전 복구계획을 명확히 수립하고 있다. 그렇지만 해외대비 복원력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 않은 편이라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나. 전력관제 체계

국내 전력관제(Grid Control) 체계는 전력거래소(KPX)와 한국전력에서 관제범위를 분담해 수행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경우는 발전소 154kV · 345kV · 765kV 송전망에 대해 전력 관제용 소프트웨어 자동화 시스템인 EMS(Energy Management System)를 활용해 국내 계통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위임받은 154kV 송전망 및 변전, 배전 분야에서 계통운영센터, 급전분소, 유인변전소 등의 운영을 통해 전압 조정지시, 휴전 조작지시, 고장 복구지시를 포함한 지역 계통운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 재해/재난 대응체계 현황

재해/재난 등에 대한 대응으로 전력거래소는 실시간 감시 및 운영체계를 가진 중앙전력관제센터를 운영함으로써 고장 시 조치, 발전기 기동, 송전망 조작, 부하 차단, 발전 전력 차단, 광역정전 시 자체기동 발전기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중앙전력관제센터는 전력 설비의 고장 발생 시 EMS 및 급전전화를 통해 고장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정전 부하와 과부하 발생유무를 파악한다. 만약 설비가 과부하 상태라면 즉시 발전기의 출력을 조정하거나 복구방안(계통운영방안, 휴전승인서)에 따라 EMS 계통 해석 기능 등을 활용해 계통 복구조치를 수행한다.

또한 전력계통 운영시 변화감지 시스템, 기상정보 시스템, 낙뢰 정보시스템, 산불 상황 관제 시스템 등을 활용해 계통에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측 · 대비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경우 전력 설비에 대한 재해/재난 대응체계를 강화하고자 2019년 6월 지역본부에 안전재난 전담부서를 신설해 재난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위기상황 발생 시 빠른 대응과 복구를 위한 업무연속성 관리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전사적으로 확대해 구축했다. 또한 안전보안처에서 2019년 2월 빅데이터 및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스마트 재난관리 통합시스템을 구축, 실시간 재난 정보 모니터링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전력은 내진 기준을 6.3에서 6.6으로 상향해 전력 설비의 내진설계를 보강하고 전 설비를 점검하는 등 안전점검 시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유관기관과의 통합연계 훈련인 ‘안전한국훈련’에 참여해 재난교육 및 훈련을 시행하는 등 재해/재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복원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한국전력과 협력해 배전선로 근접 수목전지작업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선로 지중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태풍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해안가와 같은 강풍 취약지역 및 주요 배전선로에 과학화진단 및설비보강 시행과 같은 재해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해 전력부문 설비에 대한 사전 정비 및 설비 내구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❹ 결론

미국은 전력산업 이해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계통 복원력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국내 역시 기후 환경적 변화에 따라 복원력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대규모 자연재해의 지속적 발생과 같이 재해 · 재난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간헐성을 갖는 재
생에너지의 전원비중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안정성 저하 및 전력수입(Import)이 불가능한 고립계통 특성으로 인해 재해 · 재난 필요성은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국내에서는 국내전력계통의 환경(신재생 전원비중 확대, 고립계통) 하에서 재해 · 재난의 증가 추세를 고려한 복원력의 개념 정의와 복원력의 가치평가 방법론 및 복원력 향상에 대한 투자 보상 방안, 국가차원의 복원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 계획(복원력 로드맵)과 같은 복원력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다.

조호진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일반연구원 keaj@kea.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