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돈가스 ‘흥도식당’
나만 알고 싶은 돈가스 ‘흥도식당’
  • 양준환 기자
  • 승인 2020.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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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돈가스 마니아다. 최근 서울에 저렴한 가격에 최상급 돈가스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방문했다.

매장은 방이동과 문정동에 있다. 가락동에 위치한 필자의 직장과도 제법 가까웠지만 피크시간대에는 웨이팅이 길다는 소리를 들어 휴가를 냈다.

문정동 본점은 사람이 많을 것 같아서 방이동에 있는 분점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 5시경에 방문했다. 저녁 식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매장은 한가할 것이라고 판단했지만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추운 바깥에서 오돌오돌 떨며 기다릴 뻔한 생각에 아찔했다.

좌석은 별도의 테이블석이 없고 매장 가운데를 ㄷ자로 둘러싼 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언뜻 보면 흡사 일본의 작은 가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메뉴판을 전달받고 천천히 구경했다. 크게 돈가스와 카레로 구분되어 있었고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메뉴가 다시 세분화되어 있었다. 최상급의 돼지고기를 정성들여 숙성한 고급 돈가스집이지만 가격은 9,000~1만 3,000원으로 구성돼 크게 비싸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쟁반에 아기자기한 음식들이 정성들여 담겨 나오는 모습을 보자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특이한 점은 돈가스 단면이 덜 익은 것처럼 약간 선홍빛을 띄고 있었다. 냉동이 아닌 신선한 돼지고기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미오글로빈 효과라는 직원의 설명을 듣고 안심했으며 그만큼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돈가스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밑반찬과 소스도 아주 다양했다. 우선 담백한 돈가스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히말라야산 핑크 솔트와 와사비가 함께 제공됐고 기본 소스라고 할 수 있는 달고 짭조름한 돈가스 소스도 있었다.

또 맛보기 카레를 돈가스와 함께 찍어먹을 수 있게 조금 내주신 것이 인상적이었다. 카레를 전문으로 하는 이유인 것 같았다.
고기만 먹다보면 느끼할 수 있기 때문에 샐러드와 김치가 제공됐다. 특이하게도 명이나물 장아찌가 있었는데 돼지고기 돈가스와 너무 궁합이 잘 맞아서 한번 더 추가해 먹을 정도였다.

곁들임 국물은 다른 집의 경우 된장이나 간장을 이용해 가벼운 국물 맛을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집은 두툼한 표고버섯이 한 개 통째로 들어있는 고기국물을 우려낸 국물이 제공됐다.

자칫 고기를 먹는데 또 고기국물을 먹게 되면 느끼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국물을 한 숟가락 뜨자마자 그 편견은 사라졌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매운 고추를 함께 넣어서인지 칼칼하고 깔끔한 맛이 돈가스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고 적절하게 보조해줬다. 최상급의 돈가스를 포함해 밑반찬 또한 구성이 알차고 조화로웠다.

정성들여 나온 음식을 다 비우고 가게를 나서면서 마음까지 편안해졌고 사장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과 신념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양준환 기자 yjh@k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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