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친환경 트렌드 확인”
“전력산업의 친환경 트렌드 확인”
  • 전기저널
  • 승인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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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력산업 전시회 ‘Power-Gen International’을 가다

International(이하 ‘PGI’) 참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실 세계 전력산업의 흐름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원자력발전소 정비업무의 부담(?)스러운 일상을 떠나게 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좋았다. 더군다나 볼거리 가득한 드넓은 미국, 디즈니의 고장인 따뜻한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다니, 한겨울 동장군의 기승을 잠시 피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출발할 날짜를 은근히 기다렸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도 잠시, 계속되는 어수선한 국내 정세에 ‘떠나도 되나?’라는 생각과, 평소 아이언맨 마니아(Mania)로 미국에 따라가면 안 되냐는 두 아들과 사랑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매정하게 가야하는 여정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어쨌든 미국으로 가기위해 차가 막히는 가운데 인천공항으로 향했고, 정신없이 출국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을 거쳐 막상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나니 일상에 대한 해방감과 다양하게 펼쳐질 이(異)문화 체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태평양 상공을 거쳐 13시간 동안 이코노미석과의 사투(?) 후 도착한 미국에 처음 발을 내디딘 곳은 올랜도로 가기위한 경유지인 바람의 도시(Windy City) ‘시카고’였다.
한국에서 늦은 저녁에 출발, 한참을 날아 도착한 시카고는 한국보다 14시간 느린 시각으로 다시 잠을 청해야 하는 밤이었다. 바람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리를 처음 맞아준 것은 코끝이 시린 추위였다. 글렌뷰 타운의 한 숙소에 도착해서 PGI 참관을 오신 40명이 넘는 전력산업 관계자분들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모두들 긴 비행의 여정으로 피곤한 모습들이었지만, 필자처럼 일상을 벗어나 오게 된 미국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들은 마찬가지였다. 대한전기협회에서 만들어 나눠준 참가자 수첩 속 사진과 소속, 이름을 보면서 인사를 해서 그런지 좀처럼 이름과 얼굴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필자로서는 큰 도움이 됐다.
시차로 인해 거의 뜬눈으로 지새운 다음날, PGI가 열리는 올랜도로 가기 전 시카고를 대강이나마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바다로 착각해 갈매기가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대한 미시건호는 오대호 중 하나로 슈피리어호, 휴런호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호수이다. 한반도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면적으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스케일은 모두의 탄성을 자아냈다. 시카고 랜드마크인 윌리스 타워에서 미시건 호를 내려다보았을 때 다시 한 번 그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오후 시카고 공항을 출발, 약 2시간을 날아 마침내 PGI가 열리는 디즈니(Disney)의 고장 플로리다 올랜도에 도착했다. 시카고에서 출발할 때는 분명 12월의 영하 6~7℃의 추운 겨울이었는데, 도착해서는 평균 기온 15~24℃의 초여름의 날씨로 바뀌어 있었다. ‘미국 땅이 과연 넓긴 넓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사실은 내가 경험한 크리스마스는 모두 겨울이었지만 올랜도의 크리스마스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였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열대 야자수와 크리스마스 트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본격적인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전날, 올랜도 현지 발전소, Orange County Convention Center 태양광 등 전력생산 설비나 정비교육 센터를 직접 견학할 수 있는 ‘Technical Tour’에 참여했다. 필자가 둘러본 곳은 올랜도 공항 근처, 약 4만 평방피트 면적의 최신 풍력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지멘스(Siemens) ‘Wind Service Training Center’였다.
이곳은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적 자원인 풍력발전기 정비에 관한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필자를 포함해서 총 10여명이 방문했는데, 실제 크기의 Wind Turbine 2대와 약 10여 미터 되는 3개의 타워, 사다리 구조물을 놓고 실제 풍력발전기 정비를 위해 안전장구를 착용한 채 오르내리고, 터빈실 내 크레인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으며, 풍부한 정비경험을 통해 피교육생 수준에 맞는 맞춤식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Tour 참가자들은 사뭇 진지한 자세로 평소 정비와 운영에 있어 궁금했던 사항들에 대해 열띤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PGI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산업 전시회로 300편 이상의 기술발표 및 분야별 세미나도 겸하고 있으며, 매년 1,400여개의 회사가 전시에 참가하고 전 세계 110개국 이상에서 2만여명 이상이 참관하고 있다고 한다. 전력생산 유틸리티, 설계 및 정비 엔지니어, 건설 및 정비 용역사, 연료공급사, 플랜트 설계자, 각종 컨설턴트 등 말 그대로 전력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망라해서 모이는 자리이다.
미국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참가해 보면 ‘미국의 힘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늘 느끼게 된다. 학계를 포함한 산업계에서 이렇게 거대한 정보공유와 인적 네트워크의 장을 준비하고 정부는 이러한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다.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최신의 정보를 얻고 인적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단체로 혹은 혈혈단신으로 가방하나 메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미국이 무역적자와 빚에 허덕이고 있지만, 세계를 리딩하고 있는 미국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컨퍼런스의 서막을 알리는 Keynote Session에서 환영사를 하기 전 꼬박 1년 동안 고생한 150여명의 스태프들에게 감사표시를 먼저 하는 것은 괜한 겉치레가 아니다.
Keynote Session에서 기조 강연은 Power Engineering 편집장 Russell Ray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올 4월에 Mississippi Power의 회장으로 취임한 Anthony Wilson, Duke Energy Florida 회장인 Alex Glenn, Burns & McDonnel에서 27년 동안 일해 온 부사장 Rick Halil, Siemens AG의 Power & Gas 부분 CEO인 Willi Meixner가 강연을 맡았고 중간 중간 Best Renewable Project 등 성공적인 전력산업 프로젝트와 논문 등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다.
‘The Power to Change’라는 타이틀로 이루어진 기조강연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전력시장은 태양광이 0%에서 2%, 풍력이 1%에서 7%, Combined Cycle이 19%에서 23%로 증가했고, 석탄이 44%에서 36%로 감소했다는 통계자료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의 비약적 발전을 알렸다. 이와 더불어 ‘기술개발이 변화의 힘’이라는 큰 명제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서 기존 시장의 경제성 강화와 향후 Renewable Energy의 계속적인 도약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Keynote Session 이후 분야별 주제발표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하자, 참관단 모두 각자 관심분야에 따라 강의장과 전시장을 돌며 열심히 강의를 청취하고 카메라로 발표 자료를 촬영하기도 하면서 꼼꼼히 정리하는 모습들이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경우 당연히 원자력분야인 NPI(Nuclear Power International)와 우리 회사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Renewable Energy 분야에 관심이 있었다. 현재 미국은 전폭적인 정책 지원으로 7만5,000MW 용량(한수원의 발전용량에 거의 3배에 달하며, 우리나라 전체 부하량과 맞먹는 용량)의 풍력발전기가 미국전역에 이미 설치돼 운영 중에 있으며, 또 추가적으로 많은 수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질 예정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Renewable Energy 분야의 계속적인 급성장에 대한 예상은 효율적 소규모 전기소비 시스템인 Micro-Grid와 Energy Storage 분야에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것만 보아도 대강 간파할 수 있었다. 미국은 땅이 넓고 지하자원이 풍부해 수십 년 동안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아도 석탄과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전력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그에 따라 Renewable Energy 분야에 대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이룰 수 있었다. 국토면적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신재생에너지 용량을 보면서 ‘과연 미국은 축복받은 땅’이라는 부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Nuclear Power International 주제발표에서 원자력발전은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이며 생산단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사실 역시 확인하면서 원자력 종사자의 한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2016 PGI 컨퍼런스에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동지(?)들과 함께 참가하면서 서로의 일상을 떠나, 유쾌하게 웃고 이야기 나누고, 즐기는 동안 강한 연대의식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컨퍼런스 자체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선 전력산업 트렌드를 확인하는 큰 수확도 있었고, 이로 인해 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더없이 좋았다. 이 지면을 빌어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대한전기협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우리 전력인들이 참여해서 더 많은 최신정보에 대한 공유와 인적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기회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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